푸틴 "INF 파기한 美, 미사일 배치하면 러시아도 미국 겨냥"(종합2보)

입력 2019-02-21 10:13  

푸틴 "INF 파기한 美, 미사일 배치하면 러시아도 미국 겨냥"(종합2보)
국정연설서 "美 지휘부도 표적" 경고…美 "INF 위반 책임 피하려는 선전" 반박
"러, 극초음속 미사일·핵추진 수중드론 등 신형무기 개발 혹은 배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중거리핵전력 조약'(INF) 파기를 선언한 미국에 유럽에 자국을 위협하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도 이에 대해 대칭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의 대응 미사일은 미국 미사일이 배치될 유럽은 물론 미국 본토의 군사 지휘 본부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對) 의회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INF 조약 탈퇴 추진과 관련한 러시아의 대응조치에 관해 설명하면서 "러시아는 먼저 그러한 미사일들(중·단거리 미사일들)을 유럽에 배치할 의사가 없다"면서 "미국의 계획대로 그것들이(중·단거리 미사일들이) 실제로 생산돼서 유럽 대륙에 배치되면 이는 국제 안보 분야 정세를 심하게 악화시킬 것이며 러시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부 미사일들이 모스크바까지 날아오는 시간은 10~12분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우리에게 아주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그럴 경우(미국 미사일이 유럽에 배치될 경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대칭적이고 대등한 행동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우리에게 직접적 위협이 출발하는 지역에 대해서뿐 아니라 우리를 위협하는 미사일 시스템 사용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센터(지휘부)가 위치한 지역을 향해 사용할 무기를 개발하고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유사시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이 발사될 유럽 지역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결정한 미국 본토의 군사 지휘본부도 대응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푸틴은 INF 조약이 체결된 1987년 이후 국제 안보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많은 나라가 조약이 금지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미국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은 그런 식으로 얘기했어야 하며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억지로 만들어낸 혐의들을 제기해선 안 됐다"면서 "미국은 현재 스스로 모든 것을 위반하고선 이에 대한 구실을 찾고 책임질 사람(러시아)을 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은) 위성 국가들을 결집하고 있으며 위성국들(유럽국가들)은 신중하긴 하지만 돼지처럼 꿀꿀거리며 이 문제에 대해 미국에 장단을 맞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푸틴은 미국이 요격 미사일 시험을 위한 중거리 '표적 미사일'을 발사하고,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위한 발사대를 배치하면서 INF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INF 조약이 폐기 위기에 처한 것이 러시아의 신형 미사일 개발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선제적 도발 때문이란 주장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날 푸틴의 발언이 러시아가 신형 미사일 개발을 통해 INF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피하려는 '선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여성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INF를 위반해온 행동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자 러시아가 계속해온 선전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INF 조약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해 이듬해 6월 발효했다.
사거리 500∼1천km 단거리와 1천∼5천500km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한 것으로, 냉전 시대 미-소 군비 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된 조약으로 평가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뒤이어 올 2월 초 러시아가 정해진 시한까지 조약 이행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약 이행 중단과 6개월 후 탈퇴를 공표했고, 러시아도 맞대응으로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푸틴은 지난해 국정 연설에 이어 이번에도 러시아가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첨단무기들을 갖추거나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이 마하 9의 속도로 1천km 이상의 사거리를 비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 건조 중이거나 미래에 건조될 수상함 및 잠수함이 이 미사일로 무장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국정 연설에서 소개한 원자력 엔진 장착 수중드론 '포세이돈'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포세이돈으로 무장할 첫 번째 핵잠수함이 올해 봄에 진수할 것이라는 설명도 보탰다.
신형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아반가르드'(아방가르드)는 양산에 돌입했고 올해 전략 미사일부대가 처음으로 아반가르드로 무장하게 될 것이며, 신형 레이저 무기인 '페레스베트'도 올 12월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하원 의원, 정부 고위인사, 사회 각계 대표 등을 대상으로 대내외 핵심 정책 방향을 밝힌 푸틴 대통령의 이날 연례 국정 연설은 크렘린궁 인근의 콘퍼런스 홀 '고스틴니 드보르'에서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푸틴 대통령은 국정 연설의 상당 부분을 교육·보건·환경 문제, 인구 축소 대응 방안, 빈곤 퇴치, 철도·인터넷 등의 인프라 구축 계획 등 내부 정책 사안에 할애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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