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자유계약선수(FA) 계약=거액의 장기 계약'이라는 등식은 이제 깨졌다.
AP 통신이 21일(한국시간) 소개한 내용을 보면, 올 스토브리그에서 FA 권리를 행사한 164명 중 111명이 계약에 성공했다.
이 중 1년 계약서에 사인한 선수는 41%인 46명이다. 그중에서도 26명은 작년 빅리거 평균 연봉(452만 달러)에 못 미치는 액수에 도장을 찍었다.
2년 계약자는 19명, 3년 계약 선수는 7명에 불과하다.
4년 이상 다년 계약자는 단 3명뿐이다.
워싱턴 내셔널스와 6년간 1억4천만 달러에 사인한 투수 패트릭 코빈,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5년간 6천만 달러에 계약한 외야수 A.J.폴록, 4년간 6천800만 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잔류한 투수 네이선 이볼디가 그 주인공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10년간 3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합의한 내야수 매니 마차도의 계약이 공식 발표되면 4년 이상 장기 계약자는 4명으로 는다.
111명 중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75명을 뺀 36명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3년째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FA 한파는 비단 잭팟 당첨자의 감소만을 뜻하진 않는다. 계약 연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그 탓에 베테랑 대우도 갈수록 박해진다.
통신은 각 구단이 베테랑의 연봉을 후려치고 메이저리그 최저임금(약 55만5천달러)을 받는 젊은 선수들로 고참들을 대체한다고 분석했다.
마이애미 말린스 내야수 닐 워커(34)의 연봉은 2년 사이 1천750만 달러에서 약 8분의 1 수준인 200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
투수 그레그 홀랜드(3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연봉도 1천400만 달러에서 350만 달러로, 내야수 대니얼 머피(34·콜로라도 로키스)의 연봉은 1천750만 달러에서 1천만 달러로 크게 깎였다.
최근 몇 년 사이 3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들에게 큰돈을 줄 수 없다는 냉정한 인식이 구단 사이에서 확산했다.
각 구단은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어서면 이를 세금으로 내는 MLB의 부유세 제도를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으로 본다.
그래서 아주 필요한 FA가 아니고선 거액을 투자하지 않는다. 베테랑의 '헐값 계약'도 그 유탄을 맞았다.
여기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의 유망주를 뽑을 수만 있다면 당장의 성적을 포기할 수 있다는 '뻔뻔함'도 유행처럼 번졌다.
각각 다른 사안처럼 보이나 모두가 선수들의 불만을 유도하는 하나의 연결체다.
슈퍼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AP 통신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개선하려면 MLB 사무국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와일드카드 팀을 늘려 각 구단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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