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천박한 노래 꼬리표에도 60년 잘 지탱했네요"

입력 2019-02-21 16:49   수정 2019-02-21 16:50

이미자 "천박한 노래 꼬리표에도 60년 잘 지탱했네요"
팔순 앞두고 '가수 인생 환갑'…기념 앨범 '노래 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
"3대 히트곡 금지됐을 때 힘들어, 전통 가요 뿌리 남겨지길"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우리 나이로 열아홉이던 소녀는 일흔아홉이 됐다. '국보급' 가수인 그의 노래 인생도 환갑을 맞았다. 구성진 음색으로 전통 가요 외길을 걸으며 서민의 애환을 달랜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78)다.
"제겐 항상 꼬리표가 있었어요. '이미자 노래는 질이 낮다, 천박하다', '상급 클래스 사람들에겐 창피하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라는. 그런 소외감에서 힘들었지만 잘 지탱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 60주년을 맞은 이미자가 서구 음악의 유입에도 전통 가요의 뿌리를 지켜낸 자부심을 이렇게 밝혔다. 21일 오후 2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데뷔 60주년 기념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다.
한때는 서구풍 노래로 바꿔볼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참고 견뎠다고 했다. 그런 세월을 흘려보내고 드는 생각은 "내가 정말 절제하면서 잘 지내왔구나"라고 한다.


작은 체구로, 심금을 울리던 소녀는 어느덧 팔순을 바라보는 국민 가수의 대명사가 됐다.
이미자는 1958년 HLKZ TV 콩쿠르 프로그램 '예능 로터리'에서 가요부문 1등을 하며 작곡가 나화랑의 눈에 띄었다. 이듬해 나화랑이 작곡하고 반야월이 작사한 그의 데뷔곡 '열아홉 순정'이 나왔다.
이후 그는 '서울 아가씨'(1963년), '동백 아가씨'(1964), '황포돛대'(1966), '빙점'(1967), '여자의 일생'(1968), '기러기 아빠'(1969), '아씨'(1970) 등 격변하는 시대 속, 서민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과 노래를 취입한 가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당시인 1990년까지 발표한 음반만 총 560장, 2천69곡에 달한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역시 3대 히트곡이 금지곡이 됐을 때다. '동백 아가씨'는 왜색이 짙다고, '섬마을 선생님'은 몇 소절이 다른 노래와 같다고, '기러기 아빠'는 너무 처량하게 불러 비탄조라고 금지당했다.
"KBS 차트에서 35주간 1위를 하던 '동백 아가씨'가 차트에서 사라져 버렸죠. 3곡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었고 무대에서도 부를 수 없었어요."
시련에도 60년을 노래한 원동력은 자신의 노래에 울고 웃어준 세대라고 꼽았다. 그는 "금지곡이 돼도 팬들이 한사코 그 노래들을 불렀다"며 "저는 여러분의 부모 세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힘으로 노래했다"고 강조했다.
이미자는 많은 최초의 기록도 남겼다. 1973년 한국 가수 최초 베트남 주둔 한국군 위문 공연, 2002년 평양에서 최초 단독 공연 등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도 '처음' 경험한 이 순간들이다.



지난 19일 발매된 60주년 기념 앨범 '노래 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은 고마운 팬들에게 꾸밈없는 지금의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제작했다. '감사, 공감, 순수'로 나뉜 3장의 CD에는 60곡이 담겼다. 그중 10여곡은 실제 공연 때처럼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이브로 한 번에 녹음했다.
CD1에는 60주년 신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를 비롯해 50주년 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을', 45주년 곡 '내 영혼 노래가 되어' 등이 실렸다.
시인 김소엽이 작사한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에서 이미자는 가장 공감 가는 가사로 이 대목을 꼽았다.
'아 역사의 뒤안길을 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 내 노래 내 사랑 내 젊은/ 다시 만날 수는 없어도/ 나 그대와 함께 노래하며/ 여기 있으니 난 행복해요/ 감사하여라'(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 중)
두 번째 CD에는 '동백 아가씨', '흑산도 아가씨',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등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영광의 노래들이 채워졌다.


"선곡과 가창에 가장 신경 썼다"는 나머지 CD에선 '황성 옛터', '목포의 눈물', '번지 없는 주막' 등 가요계 터전을 닦은 선배들의 전통 가요를 다시 불렀다.
이미자가 2009년 50주년 앨범에 이어 이번에도 선배들의 노래를 다시 부른 이유는 후세에 이 곡들이 계승돼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다.
"우리가 시련과 한을 갖고 살아왔어요.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픈 설움으로 어렵던 시대에 우리 선배들의 노래가 위안이 됐죠. 그 시대의 고마운 곡들이, 가요의 뿌리가, 전통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팠어요. 제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가요의 뿌리가 남겨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는 현 음악 풍토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가요는 노랫말이 잘 전달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슬프면 슬픔을, 기쁘면 기쁨을 전달해주는 것이 가요"라며 "가요의 뿌리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가사, 노랫말이 중요하다. 요즘은 서구풍이 몰려와 발음을 정확하게 들을 수도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미자는 5월 8~10일 50주년 공연을 열었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기념 공연을 연다. 어느덧 70~80세가 된 팬들과 함께 하는 환갑 잔치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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