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정의 원하는 젊은이들의 외침 경청하라"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국, 칠레, 호주 등 서구 사회 곳곳에서 과거 사제들이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 학대 사례가 속속 드러나며 가톨릭교회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가톨릭계의 역사적인 회의의 막이 올랐다.
교황청은 21일 세계 114개국의 주교회의 의장, 가톨릭 수도회의 대표, 교황청 미성년 전문가 등 총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티칸에서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회의에 돌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흘 간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 연설에서 회의장에 모인 참석자들에게 "정의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교황은 "신자들은 우리가 단순히 죄악을 비난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원하고 있다"며 가톨릭 역사상 전례 없는 이번 회의를 통해 미성년자 성 학대라는 교회 내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할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어 "이번 회의를 (성직자들에 의한 미성년 성 학대라는)악을 이해와 정화의 기회로 변모시키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에 미국을 비롯해 칠레, 호주, 독일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성직자들이 과거에 미성년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이 속속 제기되며, 가톨릭교회에 대한 신뢰가 급락하자 해결책 마련을 위해 각국 주교회의 의장들이 모이는 초유의 미성년자 보호 회의를 소집했다. 주교회의는 각국 가톨릭교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아동 성 학대에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그동안 성 추문에 연루된 사제를 처벌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문제 해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 세계 가톨릭 지도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피해자들의 사례를 듣고, 그동안 세계 여러 곳에서 미성년자 보호에 실패한 가톨릭교회의 과거를 반성하는 한편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광주대교구의 김희중 대주교가 자리를 함께 한다.
이번 회의는 오는 24일 폐막 미사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폐막 연설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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