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INF조약 이행중단으로 유럽서 군비경쟁 재점화 우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의 '중거리핵전력 조약'(INF) 이행중단 선언으로 유럽에서 군비경쟁 재점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의회 의원들이 미군 핵무기 철수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21일 벨기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회 녹색당 소속 의원 3명은 지난 20일 네덜란드와 독일 국경 인근에 있는 벨기에의 클라이네 브로겔 공군기지에 무단으로 침입해 활주로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유럽 내 미군 핵무기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시위에는 반핵단체인 '평화를 위한 행동'(Agir Pour la Paix) 소속 8명의 회원도 참여했으며 시위자들은 모두 현장에서 체포됐으나 의원들은 면책 특권으로 곧 풀려났다.
클라이네 브로겔 공군기지에는 미군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지에서는 지난 2012년 17명이 담장을 넘어 들어가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작년 6월에도 반핵단체 회원들이 침입해 핵무기 철수를 요구한 바 있다.
유럽의회 녹색당 소속의 또다른 의원 한 명은 이날 반핵단체 회원들과 함께 공군기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됐다.
유럽의회 녹색당은 의원들이 핵무기 철수 시위를 하다가 체포된 뒤 이 같은 사실을 트위터 등을 통해 알렸다.
녹색당은 유럽 내 미군 핵무기 철수, 모든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핵무기금지조약 비준, 유럽에 '핵무기 프리존'(FREE ZONE) 구축 등을 주장하고 있다.
'평화를 위한 행동'도 성명을 내고 "오늘날 1만5천개의 핵무기가 여전히 운용되고 있고, 약 20기의 핵무기가 클라이네 브로겔 공군기지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벨기에에 있는 핵폭탄들은 폭발력이 1 Kt에서 340 Kt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26배에 이른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이 벨기에에 핵무기가 있다는 사실과 그 위험성에 대해 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일 러시아가 새로운 순항 미사일 '9M729(나토명 SSC-8)'를 개발·배치함으로써 지난 1987년 체결된 INF 조약을 위반해 미국은 INF 조약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는 9M729 순항 미사일은 INF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러시아도 INF 조약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거리 500~5천500km의 미사일을 금지한 INF 조약은 유럽에서 냉전을 종식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잇따라 INF 조약 이행중단을 선언하면서 유럽에서 새로운 군비경쟁이 촉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