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2일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龍宮)에 착지 후 이륙했다는 신호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하야부사2는 원래 일정보다 5시간가량 지연된 전날 오후 1시 15분쯤부터 류구 상공 20㎞에서 착륙을 위한 하강을 시작했다.
1차 착륙 예정 시간은 22일 오전 8시쯤이었다.
JAXA는 이날 오전 6시 14분쯤 하야부사2가 고도 약 500m에서 착륙 판단을 한 뒤 서서히 하강해 오전 7시48분쯤 표면에 닿았다가 상승 중이라는 데이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구는 지구에서 약 3억4천만㎞ 떨어져 있어 양방향 통신하는 데 약 40분 걸린다.
하야부사2는 8.5m 높이에서 착지자세를 잡은 뒤 류구 표면에 수초간 닿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었다.
이후 기체에서 펴지는 1m 길이의 원통형 샘플 채취 장치(Sampler Horn)를 이용해 지표에 작은 탄환을 박아 넣은 뒤 이때 날아오르는 모래와 작은 암석 등 시료를 포집하게 돼 있었다.
이와 관련, JAXA는 원래 계획대로 탄환을 발사한 데이터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착지점은 직경 900m인 류구 적도 부근으로, 하야부사2는 바위로 둘러싸인 약 6m의 틈 사이에 미리 떨어뜨려 놓은 표적을 기준점으로 삼아 '핀포인트' 착륙에 도전했다.
JAXA는 자율제어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류구 표면의 시료 채취 성공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후 판단할 예정이다.
2014년 12월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하야부사2는 약 3년 6개월에 걸쳐 태양 주위를 돌면서 약 30억㎞를 비행해 작년 6월 류구 상공에 도착했다.
주판알 모양인 류구는 원시 소행성 형태로 태양계 형성 초기의 물질을 간직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하야부사2는 올 7월 말까지 최대 2차례 류구 착륙을 더 시도한 뒤 내년 말쯤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일본 언론은 2번째 착륙부터는 지표에 금속편(金屬片)을 쏘아 만드는 분화구를 통해 류구 내부의 시료 회수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소행성 '류구' = 하야부사2가 착지한 '류구'는 70만개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태양계 소행성의 하나다. 이곳에서 채취한 물질을 분석하면 태양계 역사와 생명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일본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약 46억전 탄생한 태양계는 원래 작은 천체의 집합체였지만 충돌하고 합체하기를 반복해 지구 같은 행성이 태어났다고 한다. 행성은 탄생 때 충돌 에너지로 고온이 되어 질척하게 녹아 변질하기 때문에 태고의 상태를 잃게 된다.
그러나 행성으로 크지 못한 소행성은 대부분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저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태곳적 상태를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소행성이 태양계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소행성의 대부분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지만 하야부사1호가 시료 채취를 시도했던 '이토카와'와 하야부사2가 이번에 터치한 '류구'는 지구에 접근하는 궤도를 돌아 탐사기를 보내기에 상대적으로 쉽다.
생명의 재료인 아미노산 등 유기물과 물은 소행성 등이 원시 지구에 충돌했을 때 운반된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이 때문에 류구의 표면 물질을 분석하면 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가능해져 생명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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