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슬도…바다·하늘·등대·방파제 어우러진 해안 명소
(울산=연합뉴스) 차근호 김준범 김용태 박정헌 기자 = 울산에는 파도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들리는 섬이 있다.
2월 넷째 주말엔 푸른 바다와 하늘, 등대가 어우러진 동구 방어진 슬도에서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토요일인 23일은 구름 많다가 오후부터 맑겠고, 일요일인 24일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
◇ 거문고 소리 들릴까…울산 동구 슬도
슬도는 울산시 동구 방어진항으로 들어오는 파도를 막아주는 해발 7m의 작은 바위섬이다.
예로부터 갯바람과 파도가 이 섬의 바위에 부딪히면 거문고 소리가 났다고 한다.
이 때문에 '거문고 슬'자를 써 슬도(瑟島)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또 모양이 시루를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시루섬이라 불리던 것을 비슷한 한자를 따와 슬도가 됐다는 설도 있다.
섬 전체가 자그마한 구멍으로 뒤덮여 곰보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섬은 육지와 방파제로 이어져 있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방어진항에서 방파제를 따라 슬도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먼저 커다란 고래 형태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다를 향한 염원'이라는 주제의 이 조형물은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그림에서 따온 것이다.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새끼 업은 고래' 그림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방파제를 지나 슬도교를 건너면 슬도의 상징과도 같은 하얀 무인 등대가 관광객들을맞이한다.
1950년대 말에 세워진 이 등대는 푸른 바다,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져 슬도를 한 폭의 풍경화로 만든다.
뛰어난 풍광 때문에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슬도의 바위에는 벌집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데, 석공조개의 일종인 돌맛조개가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낸 흔적이다.
구멍은 약 120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슬도의 거문고 소리는 바로 파도와 바람이 이 구멍을 드나들며 내는 소리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소리를 '슬도명파'(瑟島鳴波)라고 하는데, 동구 소리 9경 중 하나로 꼽힌다.
눈을 감고 가만히 파도에 귀를 기울여보자. 구슬픈 거문고 소리가 귓가에 맴돌지도 모른다.
슬도에서는 방어진 일대와 인근 조선소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거대하게 우뚝 솟은 크레인들은 '조선업 도시' 울산 동구를 대변해준다.
슬도 인근 소리체험관에서는 슬도의 파도 소리와 주전해변 몽돌 소리 등 동구 소리 9경을 체험할 수 있다.
슬도 입구에는 성끝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조선 시대 이 근방에 있었던 말 목장의 울타리를 마성이라고 했는데, 마성의 끝자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성끝마을이라 불렸다.
성끝마을에는 알록달록한 벽화 골목이 200m 남짓 조성돼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벽화 골목을 지나면 울산의 대표 관광지인 대왕암까지 이어진 해안 길이 나타난다.
슬도에서 대왕암까지 걸으며 동해안의 수려한 풍광에 빠져보는 것도 좋겠다.
yongt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