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공동체 희망을 쏜다' 창원 새뜰마을 새로운 실험

입력 2019-02-25 07:03  

[톡톡 지방자치] '공동체 희망을 쏜다' 창원 새뜰마을 새로운 실험
지자체가 만든 터전에 원주민들이 되돌아와 동네 살리기 안간힘
창원시, 낡은 주택 매입 후 '공동홈' 지어 저렴하게 임대
주민들, 보상금 출자해 사회적협동조합 통해 일자리 창출


[※ 편집자 주 = 1995년 지방자치제도를 본격 도입한 지 올해로 24년입니다. 지방 자치제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제도로 완착 되고 있습니다. 국가 사무대행, 재정자립도 열악, 일부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미성숙, 자치제에 대한 주민 인식과 참여 부족 등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공공이익을 위해 주민과 소통하면서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모범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는 전국 취재망을 가동해 이러한 모범사례들과 지방자치 발전을 주도한 인사들을 소개해 지방자치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합니다. 연중기획으로 매주 월요일 [발언대]와 함께 관련 기사를 송고합니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한때 전국 7대 도시로 꼽히는 도시.
1973년 국내 단일기업 최초로 1억 달러 수출탑을 쌓은 한일합섬이 있던 곳.
수출자유지역 등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젊은이들이 몰리던 곳.
1970∼1980년대 경남 마산시의 모습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기업체들의 이탈에 따른 인구 감소 등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런 탓에 도시가 급격하게 쇠락해서 급기야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2010년 마산시, 창원시, 진해시가 합쳐 통합 창원시가 탄생했고 옛 마산시는 창원시 5개 행정구(行政區) 중 마산합포구·마산회원구로 남았다.
그러나 통합시 탄생에도 인구 유출은 멈추지 않았다.
최대 번성기엔 50만명이 넘던 옛 마산시의 인구는 이제 37만명대까지 떨어졌다.
인구 13만 명짜리 도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마산합포구 완월지구는 옛 마산시 도시쇠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지역이다.
1930년대 말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가옥이 최근 철거 전까지 남아있을 정도로 오래된 곳이면서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30년 넘은 단독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곳이 완월동이다.
창동, 오동동 등 도심 공동화 지역이 많은 옛 마산시에서도 특히 상황이 나빴다.
빈집이 늘고 활력을 잃은 이곳에서 2015년 '동네를 살려보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동네를 떠나지 말고 발전시키자며 마을 주민들이 뭉쳤고 창원시에 건의했다.
창원시는 국토교통부의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새뜰마을사업)에 응모했고, 완월지구가 뽑혔다.
새뜰마을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33억3천만원으로 기반시설 조성, 도로개설, 골목길 정비 등을 통해 주민 생활여건을 개선한다.
기존 사업은 길을 내고 벽화를 그리고 빈집만 철거하는 등 동네 외형만 번듯하게 바꾸고 대개 끝난다.
그러나 새뜰마을사업은 한 발짝 더 나가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새로 깔아준 터전에 주민들이 그대로 살면서 공동체를 되살린다.
주민들이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어 출자하는 방법으로 도시재생에 투자하고 세대가 바뀌더라도 공동체가 계속 이어지도록 해 마을을 발전시킨다는 게 목표다.
완월지구 새뜰마을사업의 핵심은 '공동 홈'이라 불리는 사회적 주택이다.
창원시는 완월지구 안에서도 1930년대 말에 지어진 가장 낡은 집 14채를 매입한 뒤 철거했다.




창원시는 그 자리에 지상 2층짜리 주택 '공동 홈'을 짓는다. 12가구가 생활할 수 있으며 오는 3월 착공한다.
땅을 팔고 집이 헐리면서 떠났던 주민들이 되돌아와 공동 홈에 살게 한다는 것이 창원시의 계획이다.
창원시는 공동 홈에 입주하는 젊은이에게 저렴한 임대료를 받기로 했다.
국가와 창원시가 땅을 매입해 공동 홈을 지었기 때문에 소유주는 당연히 창원시다.
정규용 창원시 도시재생과 재생사범지 운영담당은 "입주민들은 공동 홈 내 방과 거실이 딸린 26∼36㎡짜리 집에 살면서 임대료를 낸다"고 말했다.
공동 홈에는 입주자들이 카페 등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민운영시설도 조성된다.



창원시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를 유지할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은 '완월달빛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땅을 내주고 집을 허물면서 받은 보상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사회적 협동조합에 고스란히 출자했다.
사회적 협동조합 조합원 13명 중에 대학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뿌리내리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일터를 제공하고 수익을 내게 해 전기료, 집수리비 등 공동 홈 경비까지 스스로 벌게 한다.
완월지구 새뜰마을사업을 총괄한 박진석(48·경남대 건축학부 교수) 코디네이터는 "주민들 대부분이 2평이든, 3평이든 매우 좁고 낡았지만 자기 땅, 집을 가진 소유주들이 많았다"며 "동네를 떠나지 않고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살고 싶다는 공동체 정신이 강해 이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인지 현재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
완월동 통장이면서 완월달빛사회적협동조합 준조합원인 안역순(66)씨는 "집이 철거돼 일시적으로 떠났던 동네 분들이 마을로 다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며 "공동홈 주민운영시설에 국수집이나 커피숍 등을 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14년간 살며 영국 왕립 건축사로 런던 빈민촌 도시재생 사업에도 관여했던 박 총괄 코디네이터는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동네를 직접 찾아가 모든 주민을 일일이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고 나니 누가 뭘 원하는지, 동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을 비롯한 주민들도 새뜰마을사업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이제는 스스럼없이 의견을 낸다.
마을 주민들과 창원시는 공동 홈이 확산, 더 많은 주민이 되돌아와 발전된 동네에서 함께 사는 희망을 가꾸고 있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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