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단 트럼프 폭풍은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 지배적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댄 코츠 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와 상반되는 직언을 내놓았다 해임설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핵심 정보기구인 중앙정보국(CIA)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바짝 몸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CIA 전직 고위간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바람에 여타 정보기관과는 달리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은 해임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21일 포린폴리시(FP)가 전했다.
정보계에 오래 종사해온 전직 정보 부서 간부들은 자국의 정보기관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말을 신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황당한 처사에 충격과 전율을 느끼고 있으나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경우 그 화가 CIA와 그 책임자에게 미칠 것을 우려해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그동안 자신에 불충(不忠)한 정부 기관들을 중점적으로 손봐온 만큼 '일단 폭풍은 피해가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전언이다.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등 소수 예외가 있으나 대부분의 고참 전직 고위 정보관리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한 전직 CIA 간부는 "많은 전직 (CIA) 간부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해스펠 국장의 업무를 보다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트럼프가 그들에게 분풀이하고 폭스뉴스 분석가를 차기 DNI 국장으로 보낼지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직 간부는 "놀라운 것은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정보기관의 간부가 다른 부서처럼 외부인사로 충원되지 않은 것"이라면서 해스펠 국장은 대부분의 CIA 고위직을 정보계 전문가들로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도 해스펠 국장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가기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헤이든 전 국장을 비롯한 전직 간부들에 따르면 해스펠 국장은 최근 의회청문회에서 북한과 이란,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코츠 국장과 유사한 답변을 내놓았으나 코츠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진노케 했지만 해스펠 국장은 백악관 측으로부터 별 질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CIA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세계관이 문제가 아니라 그가 CIA의 자부심을 갈아뭉개는 데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료주의적 측면에서 저평가받는 것을 좋아하는 부서는 어디에도 없다'는 철칙이다. 결국 트럼프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을 뭉개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핵심이라는 전직 간부의 지적이다.
그러나 전직 간부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직도 일자리와 돈벌이를 노리고 있는 개인적 동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퇴직 후 일자리를 얻는데 백악관에 찍힐 경우 어려워진다는 계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보계(界)는 신원조회를 거친 상당수 전직 관리들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이들이 마냥 침묵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브레넌 전 국장의 비밀접근권이 백악관에 의해 박탈되자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전직 간부는 CIA 역사상 CIA의 위협평가가 '놀라울 정도로 부정확한' 경우도 많았고 대신 대통령의 평가가 옳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이들의 직업적 전문성을 공박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CIA 분석가와 감찰실에 일한 바 있는 메리 매카시는 향후 CIA의 행보에 대해 "사소한 사안의 경우 트럼프에게 그가 원하는 것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북한과 이란과 같은 중대 사안에 있어서는 그들의 평가를 단호히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