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트남 동당역…"김정은 온다고 역 닫고 보수·청소한다 들어"

입력 2019-02-22 18:08  

[르포]베트남 동당역…"김정은 온다고 역 닫고 보수·청소한다 들어"
김정은 열차방문시 이용 가능성 큰 동당역 주변 상인들 거론
역사 굳게 닫혀…취재 봉쇄된 가운데 군인들 진입 모습 목격
역사 앞 파인 도로 보수 공사도…지붕 위에선 서너명 '점검'



(랑선[베트남]=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온다고 역사를 닫고 보수하고 주변도 깨끗이 청소한다고 들었다."
22일 오후 연합뉴스 기자가 찾은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동당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 가기 위해 전용 열차를 이용할 경우, 이용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국 접경지역의 베트남 역이다.
역사 문밖에는 베트남어로 '역 2단계 수리 중,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출입문 안을 들여다보니 열차 출·도착 일정이나 목적지 등을 알려주는 전광판은 작동하고 있었지만, 이용객은 없었다.
건물 옆 열린 문을 통해 역 구내로 들어갔지만 곧바로 한 남성이 제지했다.


이 남성은 "역이 보수를 위해 정기적으로 문을 닫는다. 그래서 아무도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언제까지 역이 문을 닫는지, 그리고 역 문을 닫는 것이 언론에 보도된 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열차가 이 역에 오기 때문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며 "모른다"면서 나갈 것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기자가 역사 옆으로 돌아가 닫힌 철문 사이로 역 구내를 촬영하자 곧바로 다가와 "계속 사진을 찍으면 공안을 부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평상복 차림의 다른 젊은 남성 서너 명도 취재진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주시했다.


얼핏 들여다본 역 구내에는 관계자들로 보이는 몇 명만이 분주하게 걸어 다녔고, 잡초를 뽑고 빗질을 하는 여성 인부 두어 명만이 보였다.
얼핏 보면 특별한 움직임이라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역 주변 상인들을 취재한 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남성은 기자가 역 문을 닫은 게 김정은 국무위원장 때문이냐는 물음에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옆 가게에 있던 한 여성은 "김정은 위원장이 오는 것 때문에 역 문을 닫고 이곳저곳 청소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여성도 "김정은 위원장이 온다고 하니 저렇게 보수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날 마침 기자가 역에 도착한 직후 역사 앞에 도착해있던 트럭 두 대를 보고 한 말이었다. 트럭 짐칸을 살펴보니 작은 트럭에는 시멘트 포대가, 큰 트럭에는 모래가 실려있었다.
인부들은 곧바로 역사 앞 도로에 부서져 있던 화단처럼 보이는, 타원형으로 흐트러진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시각 역 맞은편에 붉은 번호판을 단 승합차가 도착했고 제복을 입은 남성 4명이 내렸다.



이 중 한 명에게 "공안에서 왔느냐"고 영어로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인에 따르면 그들은 군인으로 알려졌다.
역내 취재가 제한된 터라 현지인의 조언에 따라 역 구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역 구내 상황을 개략적으로 볼 수 있었다. 화물 열차들로 채워진 선로들 한 곳에서는 관계자 두 명이 철로를 점검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작업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열차 이용 가능성과 연관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애초 기자가 출입을 제지당했던 곳 부근에서 용접 불빛이 보이는 것으로 미뤄 무언가를 새로 만들거나 보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역사 지붕에 3명이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면 손짓으로 여기저기를 가리키는 모습도 관측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부 보도나 관측대로 실제 열차를 이용해 이곳까지 올지는 그가 열차에서 내릴 때까지 알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날 찾은 동당역은 열차 방문에 대한 '준비'를 분주하게 진행 중인 분위기였다.
(취재보조 타잉)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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