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로 스트라이크 꽂고 스플리터로 우타자 바깥쪽 공략"
"정규시즌·포스트시즌·프리미어12까지 200이닝 던지는 해로"
(비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KBO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꼽히는 김광현(31·SK 와이번스)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자 변화를 시도한다.
김광현은 2019년 스프링캠프 테마는 '커브와 스플리터 연마'다.
23일(한국시간) SK 1차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플로리다주 비로비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만난 김광현은 "2018시즌에도 커브와 스플리터를 던졌지만, 두 구종을 합한 구사율이 10%를 넘지 않았다"며 "커브와 스플리터의 구사율이 총 20% 정도만 되면 지금보다 나은 볼 배합으로 투구 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SK 자체 평가전에 홈팀 선발로 등판한 김광현은 커브, 스플리터를 '실전 무대'에 올렸다.
커브로 최정을 삼진, 제이미 로맥을 3루 땅볼로 잡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아직은 '던지기만 하는 수준'이다. 볼 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커브와 체인지업을 자신 있게 구사할 때까지 노력할 생각이다. 아니, 완벽하다고 느껴도 더 시험하며 던질 생각"이라고 했다.
김광현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와 시속 140㎞대의 슬라이더로 KBO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늘 '우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 '타자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느린 공'에 갈증을 드러냈다.
김광현은 "투수마다 생각은 다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투구는 공 9개로 삼진 3개를 잡는 것"이라며 "정말 좋을 때는 직구, 직구, 슬라이더로 3구 삼진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운드 위에서는 자신감 있게 역동적인 투구를 펼치는 김광현은 마운드를 내려오면 '더 나은 투구'를 고민한다. 김광현이 에이스라고 불리는 이유이자, 그의 미래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다음은 김광현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해 테마가 스플리터와 커브라고 하던데.
▲ 지난해까지 나는 직구, 슬라이더 비율이 각각 45% 정도였다. 다른 변화구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다. 우타자 바깥쪽을 공략하려면 체인지업 혹은 스플리터가 필요하다. 예전에도 그런 구종을 장착하고자 애썼다. 그러다 되지 않으니 (일반 슬라이더와 반대로 흐르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졌다. 이번에는 그런 구종을 제대로 장착하고 싶다. 슬라이더와 확연히 구분되는 느린 공도 필요하다. 그런 구종이 커브다.
-- 스플리터와 커브가 완성됐다고 느끼려면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가.
▲ 내가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타자들이 배트를 내민다. 즉,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커브를 던지면 타자들의 배트가 잘 나오지 않는다. 결국, 내가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줄 알아야 효과가 커진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야 유인구도 잘 던질 수 있다. 10개 중 9개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야 커브 구사에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스플리터도 마찬가지다. 볼 카운트가 몰렸을 때도 스플리터를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을 때까지 연마하겠다. 아니, 완벽하다고 느껴도 더 노력하겠다.
-- 김광현도 '포피치 투수(4개 구종을 던지는 투수)'가 되는가.
▲ 지금은 '던지는 수준'이다. 커브와 스플리터 구사율의 합을 20%까지만 늘려도 효과가 커질 것 같다. 아직은 타자들이 나를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수'라고 본다. 사실 지난해만 해도 '공의 다양성'을 위해 구속이 다른 슬라이더를 던지고, 백도어 슬라이더도 던졌다. 올해도 커브와 스플리터에 자신감을 얻지 못하면 다시 슬라이더로 승부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노력하겠다. 나도 '커브와 스플리터도 던지는 투수'로 불리면 얼마나 좋을까.
-- 지난해에는 투구 수 제한이 있었다. 올해는 달라질 것 같은데.
▲ 올해는 200이닝을 던지고 싶다. 정규시즌에 200이닝을 던진다는 건 아니다. 포스트시즌과 (11월에 열리는 국제대회) 프리미어12까지 합해서 200이닝 정도를 던지고 싶다. 일단 정규시즌에서는 등판할 때마다 6이닝씩, 확실하게 던지는 투수가 되고자 한다. 2015년 프리미어12 때는 공에 힘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올해는 몸 관리를 잘해서 프리미어12에서도 힘 있는 공을 던지고 싶다.
-- 올해도 한국시리즈를 끝내는 투수가 될까.
▲ 2019년 한국시리즈 마지막 이닝은 SK 마무리 투수가 던졌으면 한다. (웃음) 나는 한국시리즈 선발승을 하고 싶다. 우리 팀 중간 계투가 정말 좋다. 내가 앞에서 잘 던지면 또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
-- 팔꿈치 수술 후 달라진 것이 있다며.
▲ 내 몸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졌다. 예전에는 몸이 완벽히 풀리지 않았는데도 던지거나, 미세한 통증은 팀에 얘기도 하지 않고 그냥 마운드에 오르곤 했다. 수술 후에는 코치님들께 내 몸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하루 이틀만 쉬면 다시 잘 던질 수 있는데, 하루 더 서두르다가 망칠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
-- '김광현, 양현종 이후 에이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여전히 들린다.
▲ 나보다 잘 던질 수 있는 후배 투수들이 정말 많다. '내가 감히 에이스라고 불릴 수 있는가'라는 생각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에 온 투수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다. 나보다 후배인 투수들은 모두 '성장하는 중'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팀에 젊은 투수가 정말 많다. 손혁 코치님이 후배들에게 '넌 더 잘 던질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다. 실제로 이번 캠프에서 후배들이 자신 있게 공을 던진다. 그래서 나는 우리 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기대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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