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왕(天皇·덴노) 즉위를 두 달가량 앞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일본 국민을 향한 행보를 본격 시작했다.
일본 언론은 나루히토 왕세자의 59세 생일인 23일 일제히 공동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가 밝힌 차기 일왕으로서의 각오를 소개했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일본 왕실 취재를 담당하는 궁내청 기자단이 공동으로 진행해 이날부터 엠바고가 풀려 보도됐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이번 인터뷰에서 "국민 곁으로 항상 다가가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면서 상징(덴노)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행 일본 헌법은 일왕 지위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86세가 되는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은 2016년 8월 몸이 쇠약해져 일을 감당해 나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생전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 퇴위일이 올해 4월 30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아키히토 일왕의 큰아들로 승계 1순위인 나루히토 왕세자가 오는 5월 1일 제126대 일왕으로 즉위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일왕의 생전 퇴위는 제119대 고카쿠(光格) 이후 202년 만의 일이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차세대 '상징 덴노'의 모습에 대해선 "전통을 충실히 이어가면서 그 시대에 맞는 황실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엄숙한 기분이 든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부친인 아키히토 일왕에 대해선 "지금까지 고생하고 노력해 오신 것에 대해 존경심을 느낀다"고 예를 표했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유엔 물·위생자문위 명예총재를 맡을 정도로 물(水)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와 관련, 그간 쌓아온 물 관련 지식을 국민 생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살려 나가고 싶다고 말해 즉위 후에도 물 관련 연구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2일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국내외 정세에 관한 대면 보고를 했다.
일본 언론은 국정 수반인 총리가 일왕에게 이런 보고를 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왕세자를 상대로 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5월 1일의 즉위를 앞두고 사전 브리핑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에선 내년부터 나루히토 왕세자의 생일인 2월 23일이 새로운 국경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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