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상 최대 18조원 순매도'…실제 영향 제한적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올해 우리 증시를 밀어 올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최근 현격히 약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지수 개편으로 한국 증시 비중의 축소가 예고돼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초부터 지난 22일까지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4천77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1월 한달간 외국인 순매수 금액(4조500억원)의 8분의 1에도 못 마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많이 반등해 저평가 매력이 약해졌고 국내 기업의 실적이 부진하자 외국인이 한국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4분기 한국 증시 하락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1월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며 "그러나 2월 들어 이런 흐름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MSCI가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이른바 A주(중국A주)의 신흥시장(EM) 지수 편입 비중을 높일 방침이어서 상대적으로 한국 비중이 축소돼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현재 중국A주 중 대형주 시가총액의 5%를 반영하고 있는데 편입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SCI는 이달 말까지 결론을 확정, 중국A주 편입비율 상향을 오는 5월 말과 8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실행할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편입비율 20%가 적용될 경우 MSCI EM 지수에서 중국 비중은 1월 말 현재 31.1%에서 오는 8월 말 31.8%로 0.7%포인트 높아진다.
반면 한국 비중은 14.0%에서 13.2%로 0.8%포인트 낮아져 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이 그만큼 빠져나갈 가능성이 생긴다.
MSCI는 또 추가로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ChiNext) 증시 종목 편입 및 중국A주 중형주 20% 편입 방안도 논의하고 있어 MSCI 결정에 따라 예상보다 중국 비중이 더 커지고 한국 비중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MSCI EM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 규모는 현재 2조 달러(약 2천250조원)가량으로 추정되므로 단순 계산하면 약 160억 달러(18조원)가 이탈할 수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이론상 18조원의 외국인 순매도가 예상된다"며 "작년 MSCI가 중국A주를 5% 편입한 전후 실제 외국인 순매도가 이론상 규모의 절반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편입비율 상향이 1차로 적용되는 오는 5월 말 전후 외국인 순매도는 약 4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김 연구원은 "이 정도의 외국인 매도가 현실화하면 증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결국 편입비율이 100%로 높아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MSCI EM 내 비중 2위인 한국 증시는 상당 기간 부정적인 수급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중국A주 편입비율이 20%로 높아지면 한국 증시의 단기 수급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대형주,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단기 매도 압력을 자극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종 결정에서 편입비율이 20%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는 점 등을 들어 실제 영향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외신에서 '이번 편입비율 상향 폭이 과도하다'는 보도도 나온다"며 "현재로서는 20% 편입 가능성이 크지만, 확정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MSCI가 업계 의견을 참고해 편입비율을 15% 미만으로 확정할 경우 오히려 '서프라이즈 효과'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MSCI의 중국A주 편입이 장기적으로 국내증시 수급에 부정적인 것은 명백하지만, 글로벌 펀드들이 MSCI 지수의 한국 비중 축소를 어느 정도 미리 반영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이슈가 국내증시에 실제 미칠 파장은 일정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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