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3] 미국발 '동결론'에 엇갈린 시선…관건은 '범위'

입력 2019-02-24 16:02   수정 2019-02-24 20:08

[북미회담 D-3] 미국발 '동결론'에 엇갈린 시선…관건은 '범위'
"영변핵시설만 동결해도 의미 커" vs "부분동결은 핵무기 증강 늦출뿐"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27∼28일·하노이)을 앞두고 미국발로 흘러나온 '동결론'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 내용에 정통한 미 고위당국자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전화브리핑에서 미국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협상 의제의 하나로 '모든 WMD(대량파괴무기,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을 거론했다.
비핵화 1단계 조치 합의를 목표로 하는 이번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주로 거론된 화두는 '영변 핵시설의 폐기', 즉 영변 핵시설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조치였다.
그런 터에 '모든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이라는 미국발 언급이 나오자 세간의 기대치에 비춰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병존한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동결론'의 범위 면에서는 핵무기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생·화학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으로까지 확장했다는 면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그 가치 측면에서는 폐기보다 낮은 목표(동결)로 하향 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핵 시설의 폐기로 가기까지 중간과정으로서의 가동중단, 즉 동결은 물리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데 많은 전문가의 견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그 동결의 가치를 어떻게 규정할지로 들어가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영변만 동결하더라도 큰 가치가 있다는 견해와 함께 영변을 넘어 핵시설 전체를 동결하지 않으면 그 가치가 반감된다는 견해도 있어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4일 "(일각에서) 영변(핵시설) 동결을 그저 시설물의 문을 닫는 정도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더 이상 북한이 핵물질을 생산할 수 없게 되는 것, 즉 핵무기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영변 밖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나 역시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메인(main·주된 것)이 아닌 스페어(spare·보조적) 시설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영변 밖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1∼2개 정도일 것이라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조엘 위트의 평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또 "영변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산시설의 폐쇄·동결은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시험도 생산도 사용도 이전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 중 '생산하지 않겠다'는 것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동결은 전면적이어야 한다"며 "(동결 범위를 영변으로 국한하는) '부분동결'은 핵무기 증강 속도를 늦추는 의미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만 동결하고 해체하겠다는 것은 '핵무기를 더 생산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 약속을 온전히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그것은 이를테면 '핵무기를 계속 만들되, 6개 만들 것을 4개만 만들겠다'는 정도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동결이 포함될 경우 그 범위가 '영변'에 국한될지, '영변밖'의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포괄하는 전면적 동결일지가 '승부처' 중 하나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 문제와 관련, 직·간접적으로 나온 북한의 메시지는 엇갈린다.
작년 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북한이 밝힌 내용은 '영변 핵시설'을 협상에서 쓸 하나의 '덩어리'로 간주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당시 합의문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명기함으로써 '영변 핵시설'을 하나의 협상 카드로 제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해 10월 4차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상응 조치를 조건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 전체의 폐기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의 폐기'라면 영변 밖의 시설까지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혔다.
북한이 영변만 분리해서 하나의 카드로 쓸지, 영변과 영변밖 시설을 포괄해서 하나의 카드로 쓸지가 현재로선 모호한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영변이냐, '영변 플러스알파'냐는 결국 북한이 '상응조치'로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미국이 쓸 것인지 말 것인지와도 긴밀히 관련된 문제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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