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사들여 '자문자답' 홍보…허위 광고글 2만6천여 개
업체 임직원 9명, 광고 의뢰한 의사·직원 17명 검거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포털사이트 아이디를 불법으로 구매해 일반 회원인 것처럼 꾸며 맘카페에 허위 광고 글을 올린 바이럴 마케팅 업체와 광고를 의뢰한 병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불법 바이럴마케팅 업체 3곳 대표 등 임직원 9명과 이들에게 허위 광고를 의뢰한 의사 13명, 병원 직원 4명 등 총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5년 2월∼2018년 9월까지 전국 180여개 맘카페에서 회원을 가장해 활동하며 허위 광고 2만6천여개를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른바 '아이디 불법 도매상'에게서 사들인 포털사이트 아이디 800여개를 이용해 맘카페에 자문자답 형식의 글을 올렸다.
하나의 아이디로 "신경치료 잘 하는 치과 있으면 알려달라"는 글을 올린 뒤 다른 아이디로 "지인 추천으로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과잉진료도 없고 친절하더라"는 답변을 다는 식이었다.
치과, 유치원, 산후조리원 등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업종이 주요 대상이었다.
이들의 범행은 평범한 마케팅 회사인 줄 알고 입사했다가 불법 바이럴마케팅 실태를 보고 퇴사한 전 직원 A씨의 제보로 탄로가 났다.
A씨는 "어느 정도 숙련된 직원들은 1인당 30∼40개 업체를 맡아 작업했다"며 "보통 사람들이 광고 글과 실제 후기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할 당시 보고 들은 내용을 지난해 7월 경찰에 제보했고, 경찰 사이버수사팀은 광고업체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는 우선 광고주들에게 설문지를 보내 주요 고객, 주차장 유무,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마치 실제 회원이 올린 것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가짜 후기'를 지어냈다.
지어낸 질문과 댓글들은 '시나리오'라는 제목으로 광고주에게 보내 확인을 받았다.
또 광고성 글을 올리기에 앞서 '요즘 미세먼지가 심하네요' 등 일상적인 글로 카페 회원들의 신뢰를 사는 작업도 미리 했다.
경찰은 이들 업체에 허위 광고를 의뢰한 병원 13곳도 적발해 치과의사 김모(56)씨 등 의사 13명과 병원 직원 4명을 입건했다.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해 허위 광고를 올린 업체 관계자에게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가, 거짓 의료광고를 의뢰한 병원 관계자들에겐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치원이나 학원, 산후조리원 등도 같은 업체에 허위 광고를 의뢰했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미해 입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입건된 26명에 대해 "빠르면 이달 안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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