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쓰면 당선·4억 쓰면 낙선'…조합장 선거 불법·과열 양상

입력 2019-02-25 11:02   수정 2019-02-25 13:36

'5억 쓰면 당선·4억 쓰면 낙선'…조합장 선거 불법·과열 양상
이번 주 후보자 등록 후 28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 시작
대검 "지난주까지 모두 140명 입건…절반 이상이 금품선거사범"





(전국종합=연합뉴스) 손상원 임순현 손현규 기자 = 다음 달 13일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이번 주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미 혼탁해진 선거판이 후보들의 선거 운동과 함께 더 과열될 전망이어서 금품 살포 등 각종 불법 행위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를 통해 농업협동조합(축산업협동조합 포함)·수산업협동조합·산림조합 등 전국 조합 1천344곳의 조합장을 뽑는다.
농협 조합이 1천114곳으로 가장 많고 산림조합 140곳과 수협 90곳 등이다. 전체 유권자 수는 262만7천명 가량이다.
후보자 등록 기간은 이달 26∼2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후보 등록이 끝나면 이달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12일까지 13일동안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 후보자 본인만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으며 이 기간 매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전화를 이용한 선거 운동은 제한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금품 살포 등 각종 불법 행위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광주 모 농협 조합장은 조합원 5명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현금 340여만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이 지역 모 축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는 조합원 등 4명에게 2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이번 선거와 관련한 전국 첫 구속자라는 오명을 썼다.
경북 지역에서도 모 축협조합장 출마예정자가 조합원 수십명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 파주지역 조합장 한 입후보예정자는 설 전후 조합원 3명의 집을 찾아 명함을 나눠주며 과일값 명목으로 총 70만원을 건넸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이번 선거와 관련한 전체 입건자는 모두 140명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91명(65%)이 금품 선거사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4년 전 제1회 선거에서 같은 시기 기준 전체 입건자 137명 중 금품 선거사범이 81명(59.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인원수와 비율 모두 증가했다.
금품 선거사범이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는 지방선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방선거 금품 선거사범은 2006년 4회 때 2천690명(38.8%), 2010년 5회 때 1천733명(37.1%), 2014년 6회 때 1천37명(23.3%), 지난해 7회 때 825명(19.6%)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조합장 선거는 단위별 유권자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다른 선거보다 돈을 주고 표를 사는 이른바 '매표'에 대한 유혹이 강하다.
'5당 4락'(5억원을 쓰면 당선, 4억원을 쓰면 낙선)이나 '3당 2락'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유권자 개인당) 50만원을 쓰면 당선되고 30만원을 쓰면 낙선된다'는 속설이 나올 정도다.
또 물불 가리지 않고 당선되려는 일부 후보자들의 심리에는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이 깔려있다.
조합장은 임기 4년간 많게는 2억원 연봉을 받는 데다 인사·사업권을 쥐게 된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조합장이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선거 운동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반칙 선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장 선거에는 예비후보 등록 기간이 없고 가족의 선거 운동도 허용하지 않는다. 후보들은 선거 운동 기간 공보물, 벽보, 명함 배부 등을 통해 자신을 알려야 한다.
검찰은 1회 선거에 비해 금품 선거사범이 늘어남에 따라 이번 선거와 관련한 각종 불법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특히 조직적 금품 살포나 많은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범죄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또 재판단계에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구형해 금품선거로 당선된 조합장에게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도록 할 계획이다.
선관위도 이번 조합장 선거부터 불법 행위 신고 포상금을 기존 최고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렸다.
금품을 받은 사람은 최고 50배 과태료를 부과받게 되지만 자진해서 신고하면 면제받을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조합의 운영은 지역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조합장 선거도 공직선거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돈 선거' 등 불법 행위를 법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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