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2] 3·4자 종전선언, '북미평화선언'으로 수렴하나

입력 2019-02-25 16:47   수정 2019-02-25 17:05

[북미회담 D-2] 3·4자 종전선언, '북미평화선언'으로 수렴하나
靑, 북미 종전선언 가능성 제기…불가침·안전보장 의미 담을듯
美는 법적효과·中개입 부담 덜고, 北은 안전보장 문서화 효과
평화선언으로 명명될 가능성…영변핵시설 폐기와의 교환구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실상의 양자 종전선언에 합의할 가능성이 25일 청와대발로 제기됐다.
작년 '4·27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3자 혹은 4자 종전선언'이 북미 양자 선언으로 대체되면 종전선언이라는 표현보다는 상호 불가침 혹은 안전보장의 내용이 담긴 평화선언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미 평화선언은 6·25 전쟁의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도 참여하는 3자 혹은 4자 종전선언과 비교하면 형식적인 측면에선 후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도 참여하게 될 평화협정 체결 전에 오랜 기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온 북한과 미국이 평화선언을 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계 구축을 견인하는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채택될 '하노이 선언'(가칭)에 북미 양자 종전선언의 내용이 담길 가능성은 우리 청와대가 제기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와 중국, 미국과 중국은 이미 수교를 했고, 남북은 두 번의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로 사실상 종전선언과 불가침 선언을 했기에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 미국"이라면서 "북미만의 종전선언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3자 혹은 4자 종전선언이 아닌 북미 2자 종전선언도 환영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실제 '6·25 전쟁이 끝났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추진된 종전선언은 법적 강제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과정의 중간 단계로 설정된 것이었다.
김 대변인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며 "평화협정과 관련해서는 다자가 평화체제를 보장해야 하기에 평화협정에는 다자가 참석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대변인의 발언에 비춰볼 때 우리 정부는 3자 혹은 4자 종전선언 단계를 생략하고 북미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 체계 단계로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다시 3자 또는 4자 정상, 외교장관 등이 모여 종전을 공식 선언하는 대형 외교 이벤트가 추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현재로선 그 동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중국도 남북미중 4자간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조기에 출범시킴으로써 비핵화 협상틀과 평화체제 협상틀을 나란히 가동하는 이른바 '쌍궤병행'의 조기 실현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3자 혹은 4자 종전선언 단계의 생략은 중국의 개입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종전선언에 따른 유엔군사령부의 지위 및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미국 측의 거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측 주장에 따르면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애초 남북미 3자 쪽으로 가닥을 잡나 했던 종전선언 논의에 중국이 적극성을 보이면서 사안이 복잡해졌고, 미국도 종전선언이 유엔군사령부, 주한미군 등에 미칠 예기치 못한 영향을 의식한 듯 신중한 입장으로 급격히 돌아섰다.
작년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북한이 종전선언을 요구하자 미국이 그에 호응하지 않고, 핵신고와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하면서 북미간 교착 상황이 한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도 미국에 요구하는 상응조치의 핵심을 종전선언에서 '제재 해제'로 바꾸면서 종전선언 논의의 동력은 떨어지는 양상이었다.
결국 북미 양자간의 종전선언은 3,4자 종전선언에 수반되는 난관은 피하면서 기대효과는 거두는 '절충안'으로 평가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선언의 법적 효과를 최소화한 가운데 대북 협상 카드로 사용하게 되고, 북한으로선 문서화한 사실상의 불가침 약속을 받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평화협정 이전의 중간단계 대북 안전보장을 제공함으로써 비핵화 과정에 동력을 공급한다는 당초 종전선언 추진의 목적을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북미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코리아 패싱'(한국의 역할 부재)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중국도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 간 적대적 관계를 종식한다는 '북미 평화선언'으로 명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대변인이 언급한 북미 종전선언에 대해 "남북 간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공동선언'에 언급된 것과 유사한 형태의 불가침 선언이나 평화선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실질적으로 종전선언이 되려면 전쟁당사자인 한국과 중국까지 4자가 만나야 할 것"이라며 "이번 북미 간 합의는 북한이 느끼는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안전을 보장한다는 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북미 종전선언 혹은 평화선언에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는 일단 '영변 핵시설 폐기'가 거론된다.
북한은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바 있다.
문 센터장은 "종전선언에 상응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는 신고나 검증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며 "풍계리 핵실험장과 같은 '셀프 폐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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