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총리실장관 참석해 군악대·의장대 의전 리허설
공안·군인 수십명 역 안팎에 포진…소방·구급차 배치
인공기 게양…축복, 반가움 상징 꽃들로 선로까지 장식
(랑선[베트남]=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6일 오전 특별열차를 타고 중국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된 듯하다.
25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연합뉴스 기자가 찾은 동당역 앞 도로 건너 30m 지점에는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었고, 내외신 카메라 기자 20여 명이 열심히 역 주변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들은 촬영하기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고 사다리와 카메라 받침대를 설치하고 자사 마크 등을 붙여놓기도 했다.
김정은 도착 임박 베트남 동당역…선로에 레드카펫 계단 설치 / 연합뉴스 (Yonhapnews)
역 정문 쪽으로는 접근도 할 수 없었다.
방탄모를 착용하고 방탄복까지 착용한 군인들이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마다 배치됐고, 공안 수십명이 역사를 드나들며 이곳저곳을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작업 인부들의 손놀림이 김 위원장 도착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했다.
무장한 경찰 기동대 수십 명이 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포착됐다. 동당역 옆 건물 옥상에 전파 차단기로 보이는 장비를 지키는 군인이 눈에 들어왔다.
실제 이날 오전 동당역 주변에서 무선 인터넷이 끊기고 휴대전화가 불통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인근 주민들이 귀띔했다.
잠시 서 있으니 소방·구급차 2대가 역사 옆 도로를 통해 선로로 들어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인근 주민 수십명은 이런 장면이 신기한 듯 취재진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동당역 옆에서 식료품을 파는 한 상인은 "당국에서 지난주부터 계속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내일 아침에 오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남성도 "내일 새벽부터 하노이로 가는 도로를 막는다고 하니 김 위원장이 이곳으로 오는 게 분명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동당역 정문 옆 통로에는 보안 검색대가 설치됐다. 역 옆에는 김 위원장이 도착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려는 듯 베트남 국영TV인 VTV 중계차량이 배치돼 있었다.
정문 안쪽으로 보이는 선로 앞에는 레드카펫이 깔린 낮은 계단이 설치돼 있었다. 귀빈이 내릴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차 높이에 맞춰 특수 제작된 것으로 보였다.
계단 양쪽에는 축복을 상징하는 빨간색 포인세티아 꽃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 꽃은 열차가 들어오는 선로 주변은 물론 역사 안팎에 무수히 장식됐다. 베트남에서는 존경과 반가움, 기쁨 등을 뜻하는 노란색 국화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놓였다.
그런데도 꽃들을 실은 대형 트럭이 계속 도착했다. 마치 동당역 주변을 정원으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동당역 앞 3단 계단에도 낮은 경사로가 생겼다.
이날 오후 4시께는 마이 띠엔 중 베트남 총리실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군악대와 의장대가 김 위원장을 맞이하는 최종 의전 리허설이 펼쳐졌다.
이때 동당역 500m 전부터 차량통행이 금지됐고, 도로 양쪽에는 군인과 공안, 경찰 기동대원 등이 5∼10m 간격으로 도열해 사람들을 인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역 앞과 선로 쪽을 바라볼 수 있는 다리 위에 장갑차 1대씩 배치돼 일대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약 15분간 진행된 리허설이 끝난 뒤 인도를 통제하던 군인과 장갑차 등이 순식간에 빠진 것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이 도착했을 때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지에 어둠이 내린 뒤 역 안에 북한 국기인 인공기가 여러 개 게양된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인 하노이에서 동당역으로 가는 국도 주변에서는 심심찮게 공안과 군인들이 배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당역에서 나와 하노이로 가는 국도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다리에는 군인과 공안들이 지나가는 차량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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