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확보 정당없어 연정 불가피…친러-친서방 세력 대립 지속될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낀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친러시아 노선을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당이 친서방 노선을 내세운 정당들을 제치고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99% 개표 상황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주의자당이 전체 101석 의회에서 34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몰도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혔다.
현 집권당으로 서방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주장하는 민주당은 31석을, 친서방 노선을 내세우면서도 집권 민주당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해온 정당연합 ACUM은 26석을 각각 차지했다.
이밖에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사업가 일란 쇼르가 이끄는 '쇼르당'이 7석을 확보했으며, 3석은 무소속 후보가 가져갔다.
이 같은 선거 결과와 관련 집권 민주당은 연정을 통해 새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나, 사회주의자당과 ACUM은 서로 연정을 구성하거나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정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협상이 무산되면서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사회주의자당과 ACUM은 민주당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선거 무효화 저항운동 가능성도 내비쳤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몰도바 총선에 대해 "표 매수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며 공무원들에 대한 압력, 표를 얻기 위한 국가 자산의 오용 등으로 선거가 얼룩졌다"고 지적했다.
전날 치러진 몰도바 총선에선 처음으로 전체 101명 의원 가운데 51명의 의원을 지역구제로, 나머지 50명의 의원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혼합형 투표 방식이 적용됐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집권 연정은 만연한 부패와 생활 수준 저하, 민주주의 원칙 훼손 등으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결과 몰도바 내 친서방-친러시아 세력 간 갈등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는 이후 국가 전략 노선을 두고 친러시아 세력과 친서방 세력이 대립해 왔다.
350만명 국민의 상당수가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길 바라는 반면, 몰도바와 언어, 역사를 공유하는 루마니아처럼 친서방 노선을 택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대립은 최근 정치 권력 구도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 2016년 11월 대통령에 선출된 친러시아 성향의 도돈(사회주의자당 출신)은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는 파벨 필립 총리(민주당 출신) 내각과 줄곧 갈등을 빚어 왔다.
여기에 친서방 정책을 지지하는 정당들도 서구화 정책의 속도와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서로 대립해 왔다.
급진 성향의 친서방 야당은 필립 총리 내각이 2014년 6월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협정 이행을 늦추고 있다며 현 내각을 비판해 왔다.
몰도바는 총리가 주로 내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 통수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를 취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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