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숙박 멜리아 호텔서 국제미디어센터로 바뀌어
'방 뺀' 美기자들 부글부글…"김정은이 결정권자, 자유언론이 패배"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2차 북미정상회담 기간 현실화하는 듯했던 미국 기자단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기묘한 동거'가 결국 무산됐다.
미국 측이 정상회담 D-1일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착 당일인 26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차리기로 했던 백악관 기자들의 상주 프레스센터를 막판에 급거 국제미디어센터(IMC)로 옮기기로 하면서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머무는 기간 이곳에 숙박하기로 최종 결정이 나면서 백악관 프레스센터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레 '방'을 빼게 된 상황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은 뒤늦게 분주하게 IMC 안에 백악관 프레스센터를 설치하는 모습이었고, 오픈 시간이 당초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로 늦어지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백악관 상주 프레스센터가 옮기게 될 것이라는 소식은 이날 오전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실이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미디어 센터가 멜리아 호텔에서 국제미디어센터(IMC)로 옮길 예정"이라고 공지하면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 미디어 본부가 김 위원장이 머물 수 있는 멜리아 호텔에서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당초 백악관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센터 장소로 알려져 김 위원장과 미국 기자들이 '한 지붕'에서 동거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다만 백악관이 정상회담 하루 전에 장소 변경을 한 것을 두고 막바지에 갑자기 이뤄진 결정인지 아니면 미리 결정해놓고 외부 공지만 미룬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와 함께 이번 프레스센터 이전이 미국 측의 자발적 결정인지 아니면 북측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멜리야호텔이 백악관 기자들의 상주 프레스센터 장소로 일찌감치 '낙점'된 상황에서 이곳이 김 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자 처음부터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예상대로 이 호텔에 짐을 푼다면 미국 기자들과 '한 지붕'에서 '동거'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오전 멜리아 호텔 로비 안내전광판에 있던 '미 대사관 미국 프레스센터'(US EMBASSY US PRESS CENTER)라는 안내 문구가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사라지면서 프레스센터 위치가 변경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지만, 백악관에서 회담 이틀 전인 25일 밤까지도 아무런 추가 공지가 이뤄지지 않아 '이색 동거'가 현실화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멜리아 호텔은 2차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온 많은 미국 기자들이 숙박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IMC 안에 새로 둥지를 튼 프레스센터는 급하게 차려진 탓인지 체육관처럼 트인 공간에 'WHPFC'(White House Press Filing Center)라는 손글씨로 쓰인 작은 표지판이 미국 백악관 프레스센터임을 알려주는 '안내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초 백악관 측은 기자단을 모집하면서 지정석 희망자도 따로 신청을 받았지만,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으로 선착순으로 앉는 구조로 바뀐 채 운영됐다.
미국측은 갑작스런 프레스센터 변경으로 출입증 배포 장소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IMC 건물 앞 길거리에 설치된 매대에서 출입증을 나눠주는 '촌극'도 벌어졌다.
프레스센터 변경 통지에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 부글부글 끓는 모습도 감지됐다.
존 허드슨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마지막 순간에 로지스틱(실행계획)이 변경됐다. 김정은은 미국 미디어센터가 자신이 머무는 호텔과 같은 곳에 있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은 지금 옮겨지고 있다"며 "안 그래도 그들(북한측)이 미국 기자들이 김과 지근거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독재 지도자가 24시간 뉴스를 쏟아내는 미국 기자들이 바글거리는 호텔에 체크인할 때 일어나는 일은?'이라는 '질문'(Q) 과 '자유 언론이 패한다'는 답(A)을 달아 현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또한 "호텔에 있던 한 인사는 김(정은)이 멜리아 호텔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팽팽한 긴장감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한 북한 관리가 로비에 있는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거나 쳐다보지도 말라고 요청하라면서 베트남 안전요원 및 호텔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멜리아 호텔의 통제권이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드슨 기자는 트위터에 멜리아 호텔에 당초 설치됐던 프레스센터 사진을 게재, "이 미디어센터에 많은 작업이 이미 진행됐다"며 "시간을 허비한 선행팀에 위로를 전한다"고 적기도 했다.
CNN방송의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은 북한에서든 베트남에서든 어디가 됐든 간에 원하는 대로 하는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APEC 회의 당시 이미 경호 점검을 끝낸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했지만 김정은은 하노이를 원했다. 항공편을 이용했다면 철도·도로 혼란이 훨씬 덜 했을 텐데 김(정은)은 기차를 고집했다. 그리고 이것…"이라며 허드슨 기자의 글을 리트윗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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