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 편으로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 하노이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미국 대통령 전용기도 이날 밤 하노이에 도착한다. 역사적인 북미 두 정상의 '비핵화 협상'은 27일부터 이틀 동안 이어진다. 한반도 운명 당사자인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비핵화의 유의미한 진전을 이뤄내길 바란다.
이런 바람은 현재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양측의 분위기는 희망을 던져준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향하는 4,500km 여정을 시작했을 때부터 '애국헌신의 대장정'이라며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빠르게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 양측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구체적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차 회담에서 합의한 ▲ 완전한 비핵화 ▲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전된 내용을 내놓아야 한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인 미국 내 일각의 여론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공유하는 비핵화 정의에 따라 검증·사찰 대상 시설을 확정하고 비핵화 로드맵까지 끌어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기대 수준의 비핵화를 끌어내려면 북한에 대가를 제공해야 하는데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게 대북 제재 완화라는 점이다.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카드까지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선뜻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제재 완화 없이는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기대치를 밑도는데 제재 완화가 이뤄진다면 한미 양국 내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 북미 두 정상의 '통 큰 결단'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미 간 중재자 역을 자임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위한 상응 조치로 남북의 철도, 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제안하고 미국이 요구하면 한국이 그 역할을 떠맡을 수 있다고 트럼프에게 제안했다. 미국 내 여론 때문에 대북 제재를 선뜻 완화하기 어려운 미국 입장에서도 남북경협은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언급했다는 점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 재개를 바라는 기대를 키운다.
문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낙관하는 듯 25일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이후 대북 경제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고 남북 공동번영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남북경제 통합에 기여하면서 평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 구상이 실현되려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공감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김 위원장 입에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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