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최용수 감독에게 웬만한 말은 안 먹힐 것 같은데…한마디 하고 싶은 건, 집 크다고 경기 이기는 것 아닙니다."
2019시즌 9개월 대장정의 출발선에 선 프로축구 K리그1 사령탑들이 팽팽한 장외 입심 대결로 열기를 끌어 올렸다.
포항 스틸러스의 최순호 감독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 중 첫 경기 상대 팀 감독에게 '선전포고'를 보내는 순서에서 최용수 FC 서울 감독을 향해 "집 크다고 경기 이기는 건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두 팀은 3일 1라운드에서 격돌하는데, 스틸야드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규모 차이를 언급하며 승리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석이 넘는 반면, 스틸야드는 1만7천여석 규모다.
이 말을 들은 최용수 감독은 빙긋이 웃더니 "개막전이 기다려진다. 팬들이 원하는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겠다"며 직접적인 답은 하지 않았다.
그는 최순호 감독에 대해 "한국 축구의 진정한 레전드"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저희에게 따라 다니는 '슬로 스타터'라는 평가를 깨기 위해서라도 개막전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조성환 감독은 "상위 스플릿을 목표로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건승을 빌지만, 1라운드는 '안데르센의 슬픈 동화'가 될 것"이라며 상대 욘 안데르센 감독의 이름을 빌려 재치 있는 각오를 전했다.
이에 안데르센 감독은 "우리 경기장이 꽉 찰 예정이다. 승점 따시기 어려울 것"이라며 응수해 팽팽한 승부를 예고했다.
상주 상무와 강원 FC 감독의 신경전이 유독 치열했다.
강원의 김병수 감독이 "승점을 준다면 잘 가져가겠다"고 하자 김태완 상주 감독은 "멀리서 오시는데, 승점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시라. 3점, 쉽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울산 현대의 김도훈 감독은 수원 삼성의 이임생 감독을 바라보더니 "이 감독과 어릴 때부터 잘 지냈는데, 뺨을 맞을 것 같아 나쁜 말을 할 수 없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어 "임생아, 이 감독님, 울산서 판 벌이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며 선전을 다짐했고, 이임생 감독도 "형님, 승점 3점 따러 가겠습니다"라며 지지 않았다.
외국인 사령탑 '터줏대감'인 안드레 감독은 K리그 데뷔전에 나서는 전북의 조제 모라이스 감독을 향해 "K리그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잘 적응하셔서 좋은 성적 거두시길 빈다"면서도 "그게 개막전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2위에 오른 경남FC의 김종부 감독은 올해 승격 팀인 성남FC의 남기일 감독에게 "1부가 얼마나 힘든 곳인지 알려주고자 첫 경기부터 몰아붙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song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