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제갈성렬 "많은 선수에게 꿈과 희망을 줬던 분"
"폭력이 만연했던 시절, 선진 훈련법 도입"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1세대 스타 이영하 전 국가대표 감독의 타계 소식에 빙상인들은 "큰 별이 졌다"라며 애도했다.
이영하 전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감독은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990년대는 지도자들의 폭력과 가혹 행위가 용인됐던 시기"라며 "그러나 이영하 감독님은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직접 해답을 찾고 창의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제갈 감독은 "어떻게 보면 시대를 앞서가셨던 분인데, 이영하 감독님이 계셨기에 한국 빙상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갈 감독은 이어 "당시 나를 포함한 많은 선수가 이영하 전 감독님을 보며 꿈을 키웠다"라며 "감독님이 남기신 족적이 한국 빙상 역사에 오랫동안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규혁 전 스포츠토토 감독도 이영하 전 감독을 "다른 지도자들과는 확실히 달랐던 분"이라며 기억을 되짚었다.
이 감독은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 빙상계는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했다"라며 "훈련 환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했는데, 이영하 전 감독님은 선수들이 즐겁게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영하 전 감독님이 선수 시절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눈으로 보고 익힌 선진 훈련 방법을 한국에 도입해주셨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하 전 국가대표 감독은 1970년대 한국 빙상의 간판선수로 활약했다.
경희고 3학년 때인 1976년 이탈리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남자 3,000m와 5,000m에서 우승하며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던 에릭 하이든을 종합 2위로 밀어냈다.
하이든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5개 전 종목을 석권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던 선수로 200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영하 전 감독을 만나고 싶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영하 전 감독은 1985년 은퇴할 때까지 한국 신기록을 51차례나 갈아치우며 한국 빙상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고인은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김윤만, 이규혁, 제갈성렬 등이 지도를 받았다.
이영하 전 감독은 최근 담낭암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다 25일 오후 타계했다. 향년 63세.
이 전 감독의 빈소는 서울 강동구 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 오전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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