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엔 1차 때 통역 맡은 김주성 또는 여성 '1호 통역' 나올 수도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2차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을 위해 26일 동당역에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곁에는 북측 베트남어 통역관이 따라붙어 눈길을 끌었다.
북측 베트남어 통역관은 역에 마중 나온 베트남 고위당국자들과 김 위원장을 대신해 인사를 전하며 양국 간 우의를 다지는 메신저로 활약했다.
그는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정상회담과 베트남 방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입'과 '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어 통역관 신분은 확인되지 않지만, 나이 지긋한 점으로 미뤄 외무성 과장급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영어나 중국어, 일어 같은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되거나 정상외교의 빈도가 높은 외국어의 경우 노동당 국제부 소속으로 최고지도자의 통역을 전담하는 이른바 '1호 통역'이 있지만, 소수 국가만 사용하는 '민족어' 통역은 외무성 지역 부서나 번역국에 소속돼 있다.
베트남어처럼 쓰임새가 크지 않은 언어의 통역사는 당 국제부 1호 통역 부서가 아닌 외무성에 적을 두고 지역 전문가로 일하면서 현안이 있을 때만 1호 통역으로 활동한다.
북한에서도 베트남어 같은 민족어 전공자는 손에 꼽힌다.
베트남 고유의 언어라는 점에서 북한 내 일반 주민이 배울 기회가 없고 국가 정책에 따라 외국어 전공자 가운데서 극소수로 선발해 별도 육성한다.
우리의 외국어고등학교 격으로 중고등 과정을 두고 있는 외국어학원을 거친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나 평양외국어대학의 재학생 중에서 선발, 해당 국가나 인접국에 유학을 보내 민족어 통역관을 양성하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는 영어, 불어, 중국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일어 등 일부 주요 외국어만 가르치기 때문이다.
가령 베트남어의 경우 불어 알파벳을 사용하는 만큼 불어 전공자 중에서 선발하고, 몽골어의 경우 역시 러시아어 알파벳을 써 러시아어 전공자 가운데 2년 이상 유학을 보내는 식이다. 인도네시아 민족어 전공자는 중국에서 유학하기도 한다.
유학 이후에는 외무성에 들어가 관련 국가 업무를 관장하거나 해당 국가의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지역 전문가 및 민족어 통역관으로 자리매김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통역관이었던 김주성씨와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전담 여성 통역관 모두 당 국제부 부원(말단 직책) 등의 직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성씨의 경우 현재 당 국제부 8과 부원으로 평양외국어대 영어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동시통역연구소를 거쳐 외무성 번역국 과장으로 근무하다 국제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 위원장의 전담 통역임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올해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두 차례 워싱턴 방문 모두 동행했다. 북미 협상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심을 보여준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배석했던 여성 통역관 역시 당 국제부 소속일 가능성이 크고 이번 2차 회담 배석 여부도 주목된다.
한편 1호 통역은 그 공로와 능력에 따라 전문 분야의 핵심 간부로 승진하는 데도 유리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담 통역이었던 김성남은 현재 당 국제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마다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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