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1] 폐기거론 北영변핵시설…여의도3배·건물 400개

입력 2019-02-26 17:34   수정 2019-02-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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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D-1] 폐기거론 北영변핵시설…여의도3배·건물 400개
5메가와트 원자로·재처리시설·우라늄농축시설 등 핵개발 심장부
북미 합의시 동결→신고·검증→불가능화→폐기 단계 거칠 가능성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로 폐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5메가와트 원자로와 플루토늄(Pu) 재처리시설·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로 꼽힌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합의하면 영변 내 핵물질 생산시설들은 '동결→신고·검증→불가능화→폐기' 절차를 거쳐 영구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신고·검증을 동반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동의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일부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北 1960년대부터 영변 핵시설 조성 = 평안북도 영변군 소재 영변 핵시설에는 여의도 3배인 891만㎡ 부지에 약 400개의 건물이 있는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북한은 1960년대 초 영변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영변 핵시설 조성에 착수했다.
1963년 6월 소련으로부터 IRT-2000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영변에 배치했고, 1986년부터는 5메카와트(MWe) 원자로를 이곳에서 가동하기 시작했다.
사용후핵연료의 내부에 생성된 플루토늄을 화학반응 과정을 추출하는 재처리시설은 1989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영변 내 재처리시설은 연간 약 80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재처리시설을 통해 2002년 이후 최소한 4차례 이상 플루토늄을 추출해 일부는 핵실험에 사용하고 현재 50㎏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2010년 11월 세계적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도 영변에 있다. 당시 북한은 2천대의 원심분리기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라늄 농축시설에선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이 생산된다. 북한은 5메가와트 원자로 동결 등의 영향으로 플루토늄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가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플루토늄 추출에 필요한 원자로와 달리 은폐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이외 장소에서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영변 핵시설에는 핵 연구시설, 핵연료 가공공장, 핵폐기물 추정 시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건설이 중단된 상태인 50메가와트(MWe) 원자로 등이 있다.



◇ 영변 핵시설 완전폐기까지 상당 시간 걸릴 듯 = 통상적으로 핵시설 폐기는 '동결→신고·검증→불능화→폐기' 절차를 거친다.
동결(freeze)은 모든 핵 활동의 전면 중단 또는 핵시설의 가동중단 상태를 지속해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고(declaration)는 핵시설 활동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개해 향후 검증 폐기를 준비하는 행위이고, 검증(verification)은 신고 내용의 정확성과 완전성 또는 폐기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다.
불능화(disablement)는 시설의 외관을 유지한 상태에서 핵심 부품을 분리하거나 일부분을 파손해 일정 기간 재사용이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해체나 궁극적인 폐기를 위한 임시적인 조치다.
폐기(dismantlement)는 비핵화의 최종목표로서 핵물질, 시설, 장비·부품 등의 해체, 제염(오염물질 제거), 처분 등을 포함하는 궁극적인 폐기를 의미하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영변 핵시설 폐기는 북한 비핵화의 핵심 조치로 꼽혔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5메가와트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에 대한 동결 조치가 이뤄진 적이 있고,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후 가역적인 수준의 불능화까지 진전된 적도 있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모든 시설의 영구적 폐기가 시한과 함께 명시되면 북한 비핵화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신고·검증 등의 절차를 거쳐 폐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6일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성우회 창립 30주년 행사 특별강연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는 하루아침에 가능하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어렵다"고 진단했다.
태 전 공사는 또한 영변 핵시설 폐기 방식에 대해서는 "북한은 '유관국의 참관하에 폐기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참관과 검증은 다르다"며 "검증은 특별사찰을 동반한다.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나 2008년 냉각탑 폭파와 같은 (언론 등이 참관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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