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진…감염병, 자가면역질환 효과 '주목'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외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공격을 받을 때 면역세포들에 위험 신호를 보내 면역체계를 가동하는 '전령 단백질'이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25일(현지시간) 배포된 온라인(www.eurekalert.org)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의 쇠렌 리스 팔루단 생물의학과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 보고서는 같은 날 과학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같은 대학의 라뮈아 난다쿠마르 부교수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리스테리아 박테리아에 노출된 세포를 접시(페트리)에 배양해, 어떻게 박테리아가 세포를 뚫고 들어가 어떤 곳에 자신의 DNA 조각을 떨어뜨리는지 관찰했다. 이 박테리아는 거의 인간에 감염되지 않지만 가끔 희귀한 식중독을 일으킨다.
리스테리아 박테리아는 세포핵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질에 DNA 조각들을 흩뿌렸다. 그러면 이를 발견한 cGAS 단백질이 STING 신호전달 단백질과 공조해 세포 전체에 위험 신호를 전파했다.
새로 발견된 '전령 단백질'은, MVB12b 단백질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이 장면에 등장했다.
이 전령 단백질은 비누 거품과 비슷한 세포질의 지방 거품(엑소좀)에서 DNA 조각들을 긁어모아 주변 세포들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신원 불명'의 배포자가 보낸 신호인데도 불구하고 면역세포는 리스테리아에 감염되기 전에도 방어체계를 가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전령 단백질을 '끄면' 어떻게 되는지도 실험했다.
리스테리아에 감염된 생쥐에 이 방법을 적용했더니 신속히 면역 신호를 전파하지도, 방어가 필요한 조직에 경고신호를 보내지도 못했다.
이런 결과는 감염병의 이해와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의미가 있고, 루푸스병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도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연구팀은 평가한다.
자가면역질환은, 세포핵이 작은 DNA 조각들을 세포질로 분출하기 시작하거나 세포가 다른 죽은 세포의 DNA를 잘게 쪼개지 못할 때 생긴다. 이렇게 되면 외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않아도 면역체계는 세포질에 쌓인 DNA 조각에 과민반응을 보인다.
팔루단 교수는 새로 발견된 '면역 전령' 메커니즘이나 STING(신호전달)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하면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을지에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