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국사 지광 스님, 강제퇴거 백년만에 원주간다

입력 2019-02-27 06:00  

고려국사 지광 스님, 강제퇴거 백년만에 원주간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에 법천사지 이전안 상정
문화재위 "탑 보호시설 필요해 일단 보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려시대 승탑(僧塔)의 백미로 꼽히는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보존처리 후 고향으로 돌아간다.
지광 국사가 입적하자 그 사리를 봉안한 이 석탑은 108년 전 일본인이 절터에서 반출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각지를 떠돈 비운의 유물로, 보존처리 이후 행방이 문화재계 안에서 큰 관심사였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는 지난 21일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행정복지센터에서 회의를 열어 지광국사탑을 법천사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일단은 보류했다.
회의에서 문화재청은 석탑 복원 위치로 원래 탑이 있던 자리인 법천사지 승탑원을 1안, 법천사지 전시관을 2안으로 올렸다.
두 가지 방안은 그 어떤 경우건 석탑을 원위치인 법천사지 혹은 인근 지역으로 옮긴다는 것으로, 문화재청이 다른 지역 이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석탑 보존처리를 진행 중인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안에 대해 "원래 위치이지만, 보호시설에 따른 경관 훼손 우려가 있고 지반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2안과 관련해선 "보존환경이 안정적이고 관람 편의를 제공하기 좋지만, 원위치 복원의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앞서 연구소는 지난해 5월 회의에서 지광국사탑 보존처리 경과를 보고하면서 석탑의 중요 부재는 모르타르 수리와 폭탄 충격으로 풍화가 상당히 진행됐고, 암석 내부로 들어온 염(鹽)은 부분적으로만 제거할 수 있어 강우 차단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법천사지 현장을 둘러본 문화재위원들은 이런 의견을 참고해 보류 결정을 한 뒤 절터에 노출된 지광국사탑비(국보 제59호)와 지광국사탑을 실내에 함께 보존하는 방안을 수립한 뒤 재검토하고, 원위치에 둘 경우 구체적인 보호각 설치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석탑이 귀환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원주시는 올해 전시관 설계를 시작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위원들이 지광국사탑을 야외에 두기에는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원주시와 협의해 최적의 보존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광국사탑과 탑비는 한 쌍이어서 같은 자리에 세우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문화재위원 임기가 두 달 남짓 남았지만, 위원이 교체되더라도 연속성 면에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승려에게 내려지는 최고 법계인 '국사'(國師)를 받은 지광국사 해린(984∼1070)의 사리를 모신 승탑으로 1085년 건립됐다.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이 특징인 개성적인 승탑이다.
석탑은 1911년 일본인이 해체해 서울 명동의 한 일본계 병원으로 옮겼고, 이듬해 여름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1915년 경복궁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에도 수차례 해체와 재건이 이뤄졌다.
한국전쟁 때 포탄을 맞아 1957년 치밀한 고증 없이 급하게 복원됐으며, 국립고궁박물관 옆에 있다가 2016년 4월 완전히 해체됐다.
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올해 사라진 부분을 새로운 돌로 복원하는 작업과 파손 부재 접착, 표면 강화처리를 해 보존처리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에 기록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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