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기념음악회에 안익태 '한국환상곡' 포함했다가 뒤늦게 제외
국군의날 노래·국립경찰가에도 친일음악가 참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3·1운동 100주년을 이틀 앞두고 여러 기념사업에 문화예술 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행사에서 연주될 노래 속의 친일잔재가 다시금 문제로 떠올랐다.
경기 남양주시는 27일 오후 7시 30분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서 '100년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3·1절 100주년 기념 무료 음악회를 연다.
이달 들어 음악회 프로그램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남양주시는 최근 부랴부랴 음악회 곡 목록에서 작곡가 안익태(1906∼1965)의 '한국 환상곡'(Korea Fantasy)을 빼야 했다. 그가 애국가의 작곡가이지만, 친일 행적이 꾸준히 논란이 돼왔다는 점을 의식해서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안익태의 곡은 그의 친일 이슈가 워낙 커서 급히 빼기로 결정했다"며 "이미 배포된 홍보물에는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이 불리는 것으로 돼 있지만, 행사 당일 배포할 리플렛에는 다른 한국 가곡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논란거리는 남는다. 이번 기념음악회에서 친일 일명 사전에 등재된 작곡가 김성태·김동진의 곡이 불리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시립합창단 등이 부르기로 한 안익태의 곡과 달리 이들 두 명 작곡가의 곡은 외부 초청 소프라노가 부르기로 돼 있어 바꿀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이날 오후 8시 '나의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3·1운동 100주년 기념음악회가 열린다. 이 공연에서는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이 연주된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2003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 마지막 곡으로 친일음악가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가 불린 것도 두고두고 논란이었다"며 "친일음악인이 만든 노래를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 부른다면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기존에 중앙·지방 정부, 각 공공기관에서는 친일음악가들이 만든 노래가 불리고 있다.
소방가와 4·19의 노래, 6·25의 노래는 김동진이, 민방위의 노래, 개천절의 노래에는 김성태가, 국군의 날 노래에는 이흥렬이, 국립 경찰가에는 현제명이 작곡에 참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17개 광역 단체 시민의 노래 중 서울과 경기, 충북, 전북, 경남의 노래가 친일음악인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도와 관내 31개 시·군의 경우 상징 노래 중 총 13곡이 친일음악인의 곡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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