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 성직 수행·미성년자 접촉 금지 등 예비 조치는 유효"
호주 대주교, 펠 추기경 아동 성학대 유죄에 "호주 법 존중"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청 내 서열 3위인 조지 펠(77) 추기경이 과거 호주에서 저지른 아동 성 학대 혐의로 호주 법원으로부터 유죄평결을 받았으나, 교황은 그를 상대로 어떤 새로운 조치도 당장은 취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황청은 26일(현지시간) 알레산드로 지소티 대변인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펠 추기경의 1심 판결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고통스러운 소식"이라면서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마지막 항소심까지 스스로를 변호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그러면서 "이미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듯이 우리는 호주 사법 당국을 최대한 존중하며, 이런 측면에서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펠 추기경의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그를 상대로 추가적인 징계나 제재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시에 펠 추기경이 재판을 받으러 호주에 돌아갈 때 취해진 '예비 조치'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여, 그에게 내려진 공개적인 성직 수행 금지, 미성년자와의 모든 형태의 접촉 금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의 이날 성명에 앞서 호주 가톨릭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호주 주교회의 의장 의장도 펠 추기경의 유죄 평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호주 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브리스번 대교구의 마크 콜리지 대주교는 이날 로마에서 "펠 추기경의 유죄평결은 호주와 세계의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면서도 "호주 주교들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호주 사법 체계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콜리지 대주교는 지난 24일 폐막한 교황청의 미성년 보호회의에 호주 가톨릭을 대표해 참석한 뒤 현재 로마에 머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주를 비롯해 미국, 칠레, 독일, 아일랜드 등 서구 사회 곳곳에서 성직자가 과거에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 학대 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가톨릭교회의 신뢰성이 흔들리자 지난 21∼24일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과 수도회 대표 등 고위 성직자들을 바티칸으로 불러모아 미성년 성 학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바 있다.
콜리지 대주교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호주의 주교들은 호주 사법 절차를 통해 정의가 실현되기 바란다"며 이는 펠 추기경의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펠 추기경은 이번 판결에 항소할 뜻을 내비친 상태다.
그는 아울러 "우리는 (성직자들에 의해 성적으로)학대를 당한 모든 이들과 그들의 가족과 친지를 위해 기도하는 한편, 심기일전해 교회가 특히 젊은이들과 연약한 자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날 기자들로부터 질문은 받지 않았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교황청에서 교황과 국무원장에 이어 서열 3번째로 여겨지는 재무원장직을 맡고 있는 펠 추기경은 과거 소년 성가대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호주 빅토리아주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평결을 받았다.
앞서 호주 검찰은 1996년 말 성 패트릭 성당에서 미사가 끝나고 성찬식 포도주를 마시던 13살짜리 성가대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펠 추기경을 기소했다.
펠 추기경은 지금까지 아동 성범죄로 유죄평결을 받은 가톨릭 성직자 가운데 최고위직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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