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하노이에 도착한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베트남 주재 대사관을 방문함에 따라 향후 베트남이 동남아 외교의 거점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께 숙소인 멜리아 호텔을 나서 전용 리무진을 이용해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다.
김일성 주석의 1964년 베트남 방문 이후 55년 만에 베트남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의 첫 나들이가 북한 대사관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을 필두로 서방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북한은 오래전부터 외교 다변화를 꾀했지만, 아프리카 등과 달리 동남아 외교에서는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나마 동남아 외교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도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정도로, 베트남은 북한과 불편한 관계로 인해 비켜있었다.
1950년 수교한 양국은 김일성 주석과 호찌민 주석의 '동지적 관계'로 베트남전에 북한 공군 병력을 파견하는 등 '혈맹'관계, '사회주의 형제국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베트남이 1978년 12월 캄보디아의 친(親) 중국 정권을 침공하면서 급속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베트남이 1986년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쇄신)를 채택한 데 이어 1992년 한국과 수교, 1995년 미국과 국교 정상화의 길을 걸으면서 양국관계는 더 멀어졌고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이래 공식 친선 방문하는 국가가 중국에 이어 베트남으로 두 번째이고, 동남아 국가로는 처음이어서 양국은 관계 복원을 넘어 향후 정치와 경제 각 분야에서 급속한 교류와 협력을 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베트남 北대사관 50여분간 방문…숙소로 복귀/ 연합뉴스 (Yonhapnews)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주재 대사관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도 할 것으로 예상해 이런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세 번째 중국 방문 때에도 이례적으로 주중 대사관을 방문, 중국에 나와 있는 외교관과 주재원, 유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작년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차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는 대사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르지 않았다.
싱가포르 대사관은 독립적인 건물이 아니라 대형 빌딩의 일부 사무실을 빌린 협소한 곳인 데다 직원도 불과 서너명에 불과해 김 위원장이 방문하기 마땅치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별도의 독립적 건물을 사용한다. 거기에다 베트남에는 식당 등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는 한때 대미 외교의 핵심 실무자였던 김명길 전 유엔주재 차석 대사(2006∼2009년)로, 2015년 8월부터 3년 7개월째 재임 중이다. 대사 임기가 일반적으로 3년임을 고려하면,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의 신임이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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