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초등학교 짓기로 했는데'…조합, 기부채납 약속 번복해 논란

입력 2019-03-02 08:00  

[현장In] '초등학교 짓기로 했는데'…조합, 기부채납 약속 번복해 논란
인천 동춘1구역 입주예정자들 "산 넘어 통학해야" 반발
조합 "개발 이익 줄어 불가피"…인천시, 행정처분 방침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에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면서 초등학교를 지어 기부채납하기로 한 조합 측이 입장을 바꾸면서 입주예정자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조합은 개발 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200억원 넘게 줄어 학교설립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입주예정자들은 그래도 차익이 남는 만큼 신설에는 지장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 "개발 이익 줄었다" 학교 기부채납 차일피일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동춘1구역 도시개발사업은 2006년 처음 시작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2010년 들어 차츰 시동을 걸었다.
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10년 5월 조합 측의 동춘1초교(가칭)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동춘1구역(40만㎡) 개발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구역 내 고등학교 용지를 공동주택 용지로 바꿔주는 내용이었다.
조합은 초교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학교 용지 부담금 감면과 용적률 20% 향상 등의 혜택을 받게 됐다.



이 사업으로 인해 690명의 학생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한 시교육청 역시 학교를 기부채납 받기로 하고 2017년 조합과 협약을 맺었다.
학교를 신설하려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당시 교육부의 학교신설 최소기준인 816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기 때문이다.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한 동춘1초교 신설 안건은 2017년 12월 교육부 중투심을 통과했다. 개교 예정 시기는 2020년 9월로 정해졌다.
그러나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조합 측이 재정난으로 학교를 지을 수 없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당초 개발 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369억원으로 예상했으나 14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는 게 이유였다.
학교를 지으려면 297억원이 필요한데 학교 용지 부담금 147억원 중에서도 일부만 부담할 수 있다는 게 조합 측 입장이다.
조합 측은 동춘1구역부터 송도 테마파크 부지까지 건설하기로 했던 도로(750m) 사업비 350억원의 절반도 인천시가 부담해달라고 요구했다.
송도 테마파크 사업 시행자인 부영주택이 사업비를 나눠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테마파크 사업 자체가 수년째 미뤄져 이 역시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부족한 비용을 댈 주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학교 신설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 입주예정자들 "산 넘어 2㎞ 떨어진 학교 통학해야"



동춘1구역 입주예정자들은 조합 측의 말 바꾸기에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반발한다.
동춘1초교가 개교하지 않으면 이곳에 입주할 학생들은 터널과 6차선 도로를 지나 1.8㎞ 떨어진 동춘초교로 계속 통학해야 한다.
올해부터 동춘1구역에 입주할 것으로 추정되는 초등학생은 500명가량에 달한다.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이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12월부터 시교육청과 시청 앞에서 집회를 잇따라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협의회는 25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 40분 동안 위험한 도로를 걸어야 하는 셈"이라며 "통학로라고 만들어놓은 길은 안전사고도 걱정이지만 범죄에 노출될 확률도 높은 인적이 없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교육청이 만든 온라인 청원에 집단 민원을 넣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도 부연했다.
시교육청은 당시 답변을 통해 "3월 말까지 조합과 인천시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학교가 정상적으로 개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답변처럼 기부채납 협약 주체인 조합, 인천시, 시교육청이 대화로 원만하게 문제를 푸는 것이 최선이지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자금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만큼 개발 이익 논리를 내세운 조합 측이 입장을 바꾸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 '기부채납 미이행' 해결 방안 있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부채납 미이행에 대한 제재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사업 시행자가 기부채납을 이행하지 않은 사례는 다른 시·도에도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12년 전 한 주택조합이 아파트를 신축하는 조건으로 진·출입 도로 부지를 기부받기로 했지만, 조합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시는 결국 지난해 10월 해당 땅 8필지(1억6천만원 상당)의 소유권을 조합으로부터 넘겨받았다.
경기도 고양시는 백석동 와이시티(Y-CITY) 개발 사업시행자가 업무용 빌딩(1천200억원 상당)을 기부채납하기로 한 협약을 이행하지 않자 2016년 10월 기부채납 의무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시는 1년 만인 2017년 12월 1심에서 승소했으나 시행자 측이 맞소송을 걸어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시는 우선 조합이 학교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을 받은 만큼 행정처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도시개발법 75조는 도시개발사업 지정·인가 때 부과한 조건을 지키지 않거나 개발·실시 계획대로 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계획 인가 취소, 공사 중지, 건축물 개축 이전 등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동춘1구역∼송도 테마파크 부지 구간의 도로 건설비 분담도 도시개발사업 인가 단계부터 조합 측이 모두 부담하기로 한 만큼 시가 사업비를 지원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사 중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을 하려면 청문과 의견 청취 등 절차를 밟아야 해 시간은 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달 18일에도 조합과 회의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 협의는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동춘1초교 설립이 무산되면 학교 신설 여부를 승인하는 교육부의 중투심을 다시 받아야 하는 만큼 협의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조합 측은 시교육청과 맺은 협약에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2일 "학교 용지 부담금은 반드시 전체 금액을 내야 하고 일부만 내면 기부채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중투심에서 재승인을 받기가 어려운 만큼 2020년 9월 개교에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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