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기 방송, 오스카 주연상 수상소감 '검열' 논란

입력 2019-02-27 10:24  

중국 인기 방송, 오스카 주연상 수상소감 '검열' 논란
남우주연상 수상자 '게이' 표현을 '특별한 그룹'으로 임의로 바꿔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중국 인기 방송플랫폼 '망고(芒果)TV'가 올해 오스카(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라미 멜렉이 수상소감에서 언급한 '게이' 표현을 '특별한 그룹'(special group)이라고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록밴드 퀸과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번 아카데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 편집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라미 멜렉은 수상소감을 통해 "우리는 이민자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산 어느 '게이'의 일생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망고TV는 게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특별한 그룹이라고 다르게 표현했다.
이런 번역은 곧바로 온라인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영국 BBC 방송이 27일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를 이용하는 수 만명의 중국인들은 망고TV의 특별한 그룹 표기를 캡처해 공유하면서 비난에 나섰다.
한 유명 음악 전문 블로거는 "망고TV가 게이 표현을 임의로 특별한 그룹이라고 바꿨다"고 웨이보에 올렸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화면에 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 슬펐다"며 "그들은 과연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망고TV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웨이보 이용자들은 망고TV가 왜곡해 전한 사례들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망고TV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LGBT) 표현을 임의로 바꿔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유럽방송연맹(EBU)은 지난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무지개 깃발을 흐리게 처리하는 등 콘테스트에 등장하는 성 소수자 부분을 자체 검열했다는 이유로 방송 중계권을 취소했다.
EBU는 "망고TV의 자체 검열이 음악을 통한 보편성, 포용성, 다양성의 가치와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되는 콘텐츠를 몰아내는 캠페인에 나섰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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