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르는 컴퓨터 재부팅으로 첫 궤도조정 기동 실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이스라엘이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를 우주궤도에 올려놓기는 했으나 작은 고장이 겹치면서 달까지의 여정이 순탄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외신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베레시트는 2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지구 타원 궤도를 한 바퀴 돌고 엔진 가동 등의 기동을 통해 궤도를 넓혀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앞두고 컴퓨터가 자동 재부팅되면서 계획됐던 기동을 못 하고 원래 궤도를 그대로 도는 중이다.
베레시트는 지구를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여러 차례 돌면서 달까지 궤도를 넓혀가는 650㎞의 장거리 노선을 택했다. 약 8주가 걸리는 이 방식은 지구의 중력을 이용함으로써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베레시트는 지난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된 직후 다리를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이틀 뒤인 24일에는 우주에서의 첫 기동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첫 궤도조정 기동을 앞두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컴퓨터가 자동 재부팅 되면서 궤도조정을 위한 3분간의 엔진 가동도 자동으로 취소됐다.
베레시트를 달로 보낸 이스라엘의 비영리단체 '스페이스IL'과 방산업체 '항공우주산업(IAI)'은 성명을 통해 "양측의 기술진이 자료를 검토하고 상황을 분석 중"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별 추적기를 제외하곤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별을 통해 달 탐사선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이용되는 별 추적기는 발사 직후 센서가 태양 빛에 예상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져 태양 빛이 없는 쪽에 맞춰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임시적 조치가 베레시트 컴퓨터의 자동 재부팅과 연관돼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기술진은 밝혔다.
베레시트 기술진이 이틀 안에 자동 재부팅의 원인을 찾아내 다음 번 궤도조정 기동이 차질 없이 이뤄지면 베레시트가 원래 계획한 대로 4월 11일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atis)'에 착륙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달 착륙 일정이 늦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창세기'라는 의미의 히브리어에서 이름을 따온 베레시트가 달 착륙에 성공하면 첫 민간 달 탐사선이 된다. 또 민간부문이 나서기는 했으나 이스라엘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국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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