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 전 유엔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구체적 대가 없이 북한에 추가 양보를 내놓을 가능성을 경계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26일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하노이 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적을 언급하며 성과에 급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추가 양보를 할 가능성은 물론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진정한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싱가포르 첫 정상회담 이후 '북한으로부터 더는 핵 위협은 없다'고 잘못 선언한 데 이어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새로운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만족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이는 완전한 비핵화를 지향해온 수십 년에 걸친 미국 정책을 거스르는 것일 뿐 아니라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 임기 중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없다면 이를 성공으로 간주하고 문제를 다음 행정부로 넘길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적으로 미뤄 하노이 회담의 위험이 배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인 성과에 급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또 국내정치의 불편한 상황에 대한 관심을 분산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양보 없이 평화선언이나 부분적 제재 해제, 또는 지속적인 군사훈련 제한 등의 추가 양보를 내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통해 비핵화를 이룰 진정한 기회를 날려 버릴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아직 외교의 한계와 미국 전문가들이 틀릴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면서 제재와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한 압력이 뒷받침하는 대화 만이 북한의 핵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합리적 방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스티븐 비건 새 대북특별대표가 이러한 위험과 기회를 이해하고 있다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 대표에게 진정한 권한을 부여하고 시기상조의 양보를 내놓거나 용인할 수 없는 현상유지를 묵인하는 것을 자제한다면 하노이에서 앞서 공허한 싱가포르 회담과는 다른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질 잠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비핵화를 향한 점진적 진전을 이룰 기회를 갖고 있으나, 전례에 비춰볼 때 불행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의 환상을 영속화하는 또 다른 컬러사진 기회와 혼자만의 외교적 '섀도복싱'(shadow boxing)에 만족하면서 난제를 해결할 시간을 허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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