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조차 생각 달라 법 개정은 불투명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특별자치도인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안으로 제시된 행정시장 직선제가 진통 끝에 제주도의회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무용론이 여전한 데다 기초자치단체 부활 요구도 계속되고 있어 국회의 특별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27일 오후 제36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지난해 12월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제도 개선 과제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동의안'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41명 중 31명이 찬성하고, 9명이 반대했다. 1명은 기권했다.
행정시장 직선제 안은 지난해 6월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이다. 현 제주특별법은 도지사가 행정시장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행개위는 당시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 행정시 4개 권역 재조정(제주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행정시장 정당 공천 배제를 권고했다.
또 제주특별법에 '행정시의 자치행정권 보장' 조항을 신설하고, 행정시장의 임기를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며, 3기까지 계속 재임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담았다.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 논란은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과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로 편제됐던 행정체제를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제주도민은 2005년 7월 27일 주민투표를 통해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을 폐지하고 광역자치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로 개편하는 안을 받아들였다. 이어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으나 기초자치단체 폐지에 따른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10년이 넘도록 계속 이어졌다.
결국 2017년 행개위가 꾸려지고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한 개편안이 논의됐으나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따른 법 개정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현 권고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제367회 임시회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심사 보류했다. 강성균 행자위원장은 당시 "행정시장 직선제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도민사회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번에는 "심사 보류 후 그동안 법률 검토, 도와의 실무 협의, 의원별 지역주민들과의 면담, 행자위원과의 간담회, 개별 의원과의 토의 등 많은 논의를 거쳤으나 전체 의원들의 판단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어 가부 의결을 하지 않고 본회의 회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선 행정시장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경우 도지사가 가진 권한을 의회가 임의로 결정해 행정시장에게 부여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제출 이후 실시된 언론사의 도민 여론조사를 보면 기초자치단체 부활, 읍·면·동 자치제 실시 등 현행 제도에 대한 여러 대안이 논의되고 있어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에 한정해 대규모 공론화 조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이날 본회의에서 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현재로서는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조차 각각 다른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제주특별법 개정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본회의에서는 이 밖에 정부와 국회에 보내는 제2공항에 대한 갈등 해결 방안 마련 촉구 결의안을 비롯해 제주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 제주도 도시교통 정비 촉진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 등 다수의 조례가 가결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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