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45조원 투자계획 공개…기업·주주가치 제고 방안 잇달아 발표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세에 맞서 적극적인 주주 달래기에 나서며 정면 돌파를 택한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계획을 밝혀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전략을 잇달아 공개하며 전방위적인 방어에 나섰다.
27일 이원희 현대차 사장 주재로 진행된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의 핵심은 대규모 투자 계획과 처음 공개된 수익성 목표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총 45조3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해당 기간의 연평균 투자액은 약 9조원으로, 과거 5개년 연평균 투자액(약 5조7천억원)과 비교하면 58% 이상 늘어난 규모다.
연구개발(R&D)과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는 사업경쟁력 고도화와 미래 대응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글로벌 자동차 수요를 이끄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및 고급차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한 단계 높일 방침이다.
SUV의 경우 2017년 4종에서 오는 2020년 8종(제네시스 브랜드 포함)으로 모델 수를 대폭 늘리고, 고급차 시장에서는 미국 내 제네시스 판매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1만580대를 판매해 고급차 시장 점유율 1.6%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3만1천대를 판매해 점유율을 4.8%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동화 시장에서는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관련 기술 우위를 더욱 강화한다.
내년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하고,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해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밖에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과 협력해 공유경제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해 2021년 국내에서 자율주행 로보 택시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크게 악화하고 있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도 내놓았다. 오는 2022년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이익률(ROE) 9%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대차가 구체적인 수익성 목표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주주가치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시장 친화적 주주환원도 계속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잉여현금흐름(FCF) 30∼50% 배당 기조 아래 글로벌 업계 평균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주주환원 확대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날 이사회에서 보통주 1주당 기말배당 3천원을 주주총회 목적 사항으로 상정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지난해 중간배당 1천원을 포함하면 보통주 1주당 총 4천원의 배당이 이뤄지는 것으로, 다음 달 주총에서 배당안이 확정될 경우 전체 배당금 규모는 우선주까지 더해 총 1조1천억원이 된다.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작년 기준 70.7%다. 이는 지난해 실적과 배당을 모두 공시(14일 기준)한 309개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인 21.2%를 크게 웃돈다.
현대차는 이날 약 14조∼15조원 수준의 필수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히며 엘리엇의 초고배당 요구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경영 활동에 필요한 최소 운전자본과 매년 1조원 수준 이상의 시장 친화적 배당을 위한 재원 확보, 미래 전략투자 및 신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자금력 유지, 대규모 일회성 비용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정도 규모의 유동성 확보가 필수라는 점을 주주들에게 설명한 것이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8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도 주주 환원이 미흡하다며 최근 현대차에 5조8천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1조6천450억원)의 3.5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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