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 경제발전 약속했지만, 성과 없어…국제사회 의심도 '답답하다' 속내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대좌에서 고민과 노력, 인내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회담에 앞서 회동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생각해보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첫 일성으로 내놓은 이런 언급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까지 상당한 고뇌 과정을 거쳤고, 특단의 결단을 해야만 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결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경제성장의 '야심 찬 포부'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해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집권 초기 내세웠던 '핵·경제 병진노선'을 과감히 접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대내에 선언했다. 북한 주민을 향해 '행복한 웃음소리 넘치는 삶'도 약속했다.
이에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했고 미군 유해를 송환했다.
1차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비핵화를 통해 북미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이루겠다는 입장도 전 세계에 선포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과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비록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조건으로 했지만, 북핵의 상징인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검증 등 파격적 결단도 담았다.
그런데도 미국은 김 위원장의 의지에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 대북제재의 수위를 더욱 높였고, 특히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를 압박했다.
반면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남북·북미·북중 정상회담으로 경제성장과 풍요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있는 간부와 주민들에게 피부에 와닿은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에 일부 기득권과 핵심 실무 협상가들조차도 과거의 사고방식과 보신주의에 젖어 있어, 북미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나 홀로 결단'에 달린 게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핵만을 고집하며 경제난을 가중하는 과거로 되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위원장의 이런 고뇌는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려 하면서도 북한 매체의 '오락가락' 보도 형식과 논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북한은 북미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도 미국에 대해 과거 같은 격한 욕설이나 비난을 자제하면서 전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대신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것도 개인의 이름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북미 협상의 미국 측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작년 7월 세 번째 방북에서도 북한의 선핵포기 입장을 고수하자 김 위원장은 그와 면담을 취소했고, 여름 내내 경제현장을 시찰하며 미국의 경제제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에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미 민주당과 정보기관, 언론 등을 싸잡아 비판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여기에 흔들리지 말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전진과 후퇴, 과거로의 회귀를 두고 얼마나 고민했는지가 엿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비핵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성급한 기대도 낳는다.
트럼프 "1차 때보다 더 성공 기대" 김정은 "훌륭한 결과 확신"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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