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노이 핵 담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7일 단독회담과 친교 만찬을 시작으로 1박 2일 일정에 돌입했다. 작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260일 만에 재회한 두 정상이 한목소리로 회담의 성공을 다짐한 것은 우선 반갑다. 김 위원장은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2차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진전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2차 회담의 성공 여부를 전망하긴 여전히 조심스럽다. 지금까지 소식을 종합해 보면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양측 논의는 대체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하다. 이와 관련,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가 26일(현지시간) 북한 영변 핵시설의 폐쇄와 남북경협을 위한 일부 제재 완화 및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북미가 잠정합의했다고 보도한 것은 눈길을 끈다.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인 영변의 모든 핵시설 폐쇄나 해체가 합의된다면 실질적 비핵화를 향한 중요한 진전임이 분명하다.
전제는 있다. 어느 범위에서, 어떤 핵시설을 폐기할지 여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플루토늄 시설 폐쇄에 국한된 채 농축우라늄 시설 폐기에 대한 합의가 없거나, 검증 방법이나 시한 등 구체성이 결여된 원칙적 수준의 합의라면 또 다른 불씨를 남길 수밖에 없다. 미국 매체 복스가 영변 핵시설의 핵연료 생산종료를 위한 구체적 세부사항이나 시간표는 마련되지 않았으며, 두 정상이 영변 핵시설 폐쇄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실무그룹에서 추가 협상을 통해 세부내용을 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점은 이런 이유에서 걱정을 남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전 번영하는 베트남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현실화할 수 있는 '본보기'로 잇따라 언급했다. 또 김 위원장을 만나서는 "북한은 어마어마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뒤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때맞춰 김 위원장 수행단의 일부 간부들은 관광지인 베트남 하롱베이와 산업단지가 있는 하이퐁을 시찰했다. '베트남의 길'은 언제든 북한에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북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평양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북미 두 정상은 이제 '하노이 선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초보적 비핵화 조치나 구체성이 결여된 원칙적 선언을 뛰어넘는 합의가 우선 담겨야 한다. 영변 폐기 외의 '플러스알파'가 포함된다면 금상첨화다.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을 북한이 경험할 수 있도록 잘 짜인 상응 조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로 가는 큰 틀의 로드맵과 분명한 시간표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하노이 선언'이 어떤 어려움도 뚫고 나갈 나침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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