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전부터 강릉 남대천 출현…갈매기가 사냥한 물고기 빼앗기도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멧돼지. 산을 뜻하는 메(뫼)에 돼지를 붙인 단어로 산에 사는 돼지를 뜻한다.
하지만 최근 강원 강릉에서는 강가에서 물고기를 먹는 멧돼지가 출현해 화제다.
28일 강릉 남대천에서 조류 사진을 즐겨 찍는 A씨는 맹금류인 겨울철새 흰꼬리수리의 사냥 장면을 찍으려 카메라 뷰파인더를 주시하다 깜짝 놀랐다.
산에 있어야 할 멧돼지가 강가에 나타난 것이다.
갈대 등이 우거진 하천의 섬에서 나와 빠른 속도로 달리던 멧돼지는 까치와 갈매기가 모인 곳에 덤벼들어 그들이 맛보려던 죽은 숭어를 낚아채 도망가버렸다.
먹잇감을 빼앗긴 새들은 처음 겪는 황당한 일에 별다른 저항도 못 해보고 달아나는 멧돼지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역 조류 사진가들과 주민들에 따르면 한달여 전부터 새끼로 추정되는 멧돼지 2마리가 남대천에 출몰했다.
이들 중 건강한 멧돼지는 곧 자취를 감췄고, 다리를 다친 한 마리는 계속 남대천에 남아 겨울을 나고 있다.
멧돼지가 출몰하는 남대천 하구와 가까운 곳에는 멧돼지가 살만한 높고 깊은 산이 없는 데다 차량통행이 잦은 큰 도로가 둘러싸고 있어 멧돼지의 출현은 더욱 의아하다.
멧돼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리에서 벗어나 이곳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하루 한 번꼴로 목격된다.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서 죽어 있는 물고기가 드러나면 하천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나와 잽싸게 물고기를 물고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멧돼지는 점차 대담해져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탐조대에 사람들이 있어도 크게 개의치 않고 물고기를 물어간다.
그러나 멧돼지의 달리는 모습을 보면 오른쪽 앞다리가 불편해 보인다.
주민 B씨는 "겨울에 얼마나 먹을 것이 없으면 멧돼지가 물가로 내려왔겠냐"며 "다리를 다친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멧돼지가 강가로 나오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는 "멧돼지는 물가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강가에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수영을 잘 해 인천의 섬과 섬 사이를 헤엄쳐 다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철 부족한 먹이를 찾기 위해 강가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멧돼지는 주로 야행성으로 이러한 생태가 포착되는 것은 흔치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멧돼지는 활동반경이 40∼60㎞로 넓어 대관령 산지에서 동해안 지역 남부나 백두대간을 넘어 내륙지방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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