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서 담백·고소한 대게 맛보고 갯바위에 부서지는 명품 파도 보고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붉은 껍질 속 뽀얀 속살을 한입 베어 물면 입속에 사르르 퍼지는 고소함.
오목한 껍질에 밥과 양념을 넣고 내장과 비벼 먹으면 더욱 진하게 퍼지는 담백함과 고소함.
이맘때면 그 맛을 더하는 '붉은 대게'는 단연 동해의 별미다.
이번 주말 큰 솥 가득 모락모락 김을 피어 올리며 구수하게 익어가는 붉은 대게도 맛보고 갯바위에 부서지는 명품 파도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속초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 동해안 별미·밥도둑 '붉은 대게'
흔히 대게를 큰 대(大)자로 알고 있으나 한자로 풀이하면 대나무를 닮은 게라는 뜻의 죽해(竹蟹)다.
대게는 길쭉하고 곧게 뻗은 다리가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암적색을 띠는 대게와 달리 붉은 대게는 이름 그대로 선명한 붉은색을 띤다.
동해 수심 400m에서 2천300m의 깊은 곳에 사는 붉은 대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홍게'다.
대게와 붉은 대게는 맛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가격 면에서 붉은 대게가 3∼5배 저렴하다.
국내에서는 동해에서만 잡히며 속초 동명항은 붉은 대게잡이 배가 드나들며 가장 활기를 띠는 곳이다.
이맘때면 동명항을 비롯해 대포항, 활어센터, 대게 가게가 몰린 속초 거리는 모락모락한 김으로 온기가 가득하다.
대게는 한여름을 제외하면 언제든 먹을 수 있으나 한류성 어종인 탓에 더울 때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도중 죽는 경우가 많아 추울 때 가장 신선하다.
살이 꽉 찰수록 단맛이 나고 살이 차지 않으면 빈 곳에 바닷물이 들어가 짠맛이 난다.
맛있는 붉은 대게는 속이 꽉 찰수록 색이 진하고 선명하며 몸보다 다리가 가늘고 긴 것이나 배를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이 맛이 좋다.
속초에서는 최근 2년 간 붉은 대게 축제가 열렸으나 올해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아쉽게도 열리지 않는다.
◇ 65년 만에 베일 벗은 '외옹치 해안탐방로'
1953년 휴전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속초 외옹치 해안이 65년 만인 지난해 일반에 개방됐다.
외옹치 해안은 1970년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해안경계 철책이 설치되며 완전히 차단됐다.
그러나 호텔롯데가 2014년 외옹치에 리조트 건립 사업을 추진한 이후 속초시가 진행한 관광특구 활성화 사업(바다향기로 조성)이 완성되며 본격 개방에 이르게 됐다.
동해안 해안 탐방로 개방은 2016년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에 이어 두 번째다.
'바다향기로'라 이름 붙여진 외옹치 해안 탐방로 길이는 속초해수욕장부터 외옹치 해안, 외옹치항까지 1.74㎞다.
해안선을 따라 우거진 해송과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걷는 것만으로 쌓인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외옹치는 속초해변의 연장선으로 속초에서 유일하게 장승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녀 장승 한 쌍이 마을 입구에 세워서 마을을 지키고 있는데, 3년에 한 번씩 새롭게 깎아 세워진다.
군 경계철책 대부분이 철거됐지만 일부는 남겨져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리가 짧고 경사가 거의 없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전망대와 벤치 등 편의시설과 공연이 가능한 문화공간도 있다.
군 경계작전지역인 탓에 개방시간은 여름철 오전 9시∼오후 6시, 겨울철 오전 9시∼오후 5시다.
이용 요금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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