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북미정상회담 당일 차관급 인사 단행…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임명
남관표 일본行, 대일관계 재정비 의지…이상철은 주오스트리아 대사 검토
유 신임 본부장 남편은 한국당 정태옥 의원…문대통령 "독립적으로 판단하라"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정책을 실무 총괄하는 청와대 차관급 참모진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 김유근(62)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2차장에 김현종(60) 통상교섭본부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김 본부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통상교섭본부장에는 유명희(52·행정고시 35회)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승진 임명했다.
청와대 안보실 1·2차장 동시 교체로 인해 문 대통령 취임 초부터 임무를 수행했던 이상철 1차장과 남관표 2차장은 20여 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한창인 터에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1·2차장이 동시에 교체되는 배경에 대해 문 대통령은 두 사람 모두 장기간 해당 업무를 수행해 교체시점이 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교체 시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철·남관표 차장은 대사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남 차장의 경우 이수훈 현 주일대사의 후임을 맡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대사 교체는 위안부 문제, 징용배상 판결, 초계기 갈등 등으로 한일 양국의 냉기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계를 재정비할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차장의 경우 주오스트리아 대사 임명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두 분 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헌신한 분들이고, 어느 정부 때보다 큰 결실을 본 분들"이라며 "문재인정부 하에서 계속 크게 쓰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취임으로 공석이 된 주중대사 후임을 찾는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근 신임 안보실 1차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36기)를 졸업하고 경남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제8군단장, 육군본부 참모차장, 합동참모본부 차장 등을 역임했다.
김 대변인은 "김 1차장은 합참과 육본에서 작전·전력 분야 주요 직위를 역임했고, 현장과 정책 부서를 두루 경험하며 쌓은 폭넓은 시각과 뛰어난 업무 전문성을 토대로 안보정책·국방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 출신의 김현종 신임 안보실 2차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역시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본부장과 주유엔대표부 대사를 거쳐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 등을 지냈다.
김 대변인은 "김 2차장은 한미자유무역협정 등 통상 외교의 고비마다 특유의 뚝심과 뛰어난 협상력으로 국익을 지켜온 외교·통상 분야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또 "김 2차장은 국제정치학을 전공했고, 주유엔대사를 하며 정무적인 감각을 쌓았다. 2차장 산하에 통일정책비서관이 있는데, 김 2차장도 통일연구원에서 2년간 연구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미국을 상대로 교섭도 해봤기 때문에, 이제 새로 펼쳐지는 한반도 상황, 동북아 정세 속에 미국을 직접 상대하며 조율을 하는 역할에 적임자"라며 "지식과 경험이 새 분야에서 활짝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고려한 인선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까지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설립 70여년 만의 첫 여성 1급 공무원이었던 유명희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밴더빌트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서 일하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 겸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추진기획단장, 통상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외신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특히 유 신임 본부장은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의 부인이다.
유 신임 본부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사의를 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선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남편이 한국당 의원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판단하라'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유 신임 본부장 인선에는 전임자인 김현종 2차장의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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