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 법무장관 "총리가 건설사 비리 선처 압력" 폭로

입력 2019-02-28 12:00  

캐나다 전 법무장관 "총리가 건설사 비리 선처 압력" 폭로
하원 청문회 증언…야당 "명백한 위법" 총리 사퇴·경찰 수사 요구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캐나다의 전직 법무 장관이 대형 건설사의 비리 사건을 선처할 것을 요구하는 총리의 압력을 직접 받았다고 폭로, 정국이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현지 언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 장관은 이날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증언을 통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비롯한 총리실 간부와 내각 요인들로부터 퀘벡의 대형 건설사 SNC-라발린의 뇌물 사건을 기소 유예로 처리할 것을 종용하는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압력이 트뤼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언급을 통해 전해졌으며 다양한 압력이 '은밀한 협박'이었다고 말했다.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은 장관 재직 중이던 지난해 9월~12월 4개월 동안 총리측 내각 요로에서 SNC-라발린의 사법 처리와 관련해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법권에 개입하려는 정치적 압력을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가해왔다고 증언했다.
압력과 개입은 10차례의 전화와 10번의 면담, 그리고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전해졌다고 말하고 이 과정에서 총리실과 재무부, 추밀원 등 내각의 총리 측근 11명이 자신과 접촉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문제의 건설사는 캐나다 최대의 종합 건설·엔지니어링 회사인 SNC-라발린으로 지난 2001~2011년 리비아에서 공사 수주를 위해 정부 관리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015년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SNC-라발린은 이후 수년간 기소 전 화해 형식의 벌금 납부로 기소 유예를 받기 위해 총리실을 중심으로 대정부 로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트뤼도 총리 측이 법무 장관에 집중 압력을 가한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퀘벡을 대표하는 대형 기업으로, 퀘벡은 선대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 이래 트뤼도 가문의 정치적 고향이다.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17일 추밀원 간부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트뤼도 총리가 SNC-라발린의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기소 유예 처리를 종용했다면서 사건 처리에 따라 지역의 일자리 손실과 회사 이전 등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나는 퀘벡 출신의 하원의원"이라며 곧 퀘벡주 선거도 예정돼 있다고 언급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때 그는 트뤼도 총리의 눈을 직시하면서 법무 장관으로서 자신의 직무와 결정에 대해 정치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이냐고 직설적으로 물은 뒤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트뤼도 총리는 "아니(No), 아니,아니, 우리는 단지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은 증언했다.
그는 또 지난달 개각에서 자신이 보훈부 장관으로 '좌천'된 것도 사건 처리 압력에 응하지 않은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의 폭로가 나오자 보수당 등 야당은 트뤼도 총리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사법 당국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인 보수당의 앤드루 쉬어 대표는 트뤼도 총리가 사법권에 개입, 독립적 지위를 파괴했다며 더 이상 총리직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총리가 통치를 지속할 도덕성을 상실했다"며 이건 캐나다가 아니다"고 총리를 통박했다.
이어 그는 "총리의 명백한 형사법 위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쉬어 대표는 "트뤼도 정부의 최고위층에서 법무 장관에 가한 불법적 압력에 놀라움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의 증언을 반박하는 한편 야당 측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정면 대응으로 맞섰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몬트리올의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나와 내 측근들은 언제나 합당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행동해 왔다"며 "이 사건에 대한 전직 법무 장관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의 증언 전체를 보지 못했다"며 "이를 종합 분석해 향후 대응을 결정해 가겠다"고 말했다.

jaey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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