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장비·식당·운송 등 문어발식 급성장…항운노조 뒷배경 의혹
북항과 신항 양분한 Y사·N사 한뿌리…'사업독점 의식한 회사 나누기'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항운노조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부산항에서 각종 사업을 독점한 항만관리업체 급성장 배경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부산항운노조가 깊숙이 연관됐을 가능성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인력공급업체 대표로부터 일용직을 독점 공급받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터미널운영사 전 대표 2명을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27일 이들을 체포하는 한편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앞서 회사 자금 수십억원씩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한 인력공급업체 대표 최모·김모 씨의 자금 사용처 수사 과정에서 최씨 등이 일용직 노무독점권을 대가로 터미널운영사 전 대표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구속된 최씨와 김씨가 터미널운영사에 일용직만 독점적으로 공급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항만관리 사업을 운영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최씨와 김씨가 2015∼2016년 Y사와 N사를 각각 설립해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와 김씨가 Y사와 N사를 포함한 10여개 법인체를 가지고 각각 북항·신항을 양분하며 통근·셔틀버스 운영, 주차장, 항만 장비, 항만 시설 관리, 식당, 단체급식소,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사업을 독점 운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Y사와 N사 등기부 등본 확인 결과 등재된 두 회사 법인 목적은 근로자 파견업, 부두 내 트레일러 기사 용역업, 식당운영업, 주차장 운영·도급, 편의점업, 위탁급식업, 시설관리 용역업 등 각각 12개와 9개에 달했다.
특히 N사 임원인 김씨가 Y사 임원으로도 등재돼 두 회사가 별개 법인이 아니라 사실상 한 회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최씨가 부산항에서 항만관리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는 사실을 외부에 숨기려고 김씨 명의로 법인을 세운 것 아니냐는 말이 관련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최씨가 실제 대표인 항만관리업체 J사 홈페이지를 보면 "J사는 북항과 신항을 아우르는 부산 항만을 움직이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는 인사말과 함께 항만 시설관리, 경비, 항만 야드 트랙터, 단체급식소, 식당, 스낵바, 주차장 관리, 장비임대, 통근·셔틀버스 등을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전에는 부산항에 이렇다 할 항만관리업체가 없었고 부산항운노조가 소규모로 항만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Y사와 N사가 등장한 시점이 부산항운노조에 귀속된 일용직 인력을 터미널·부두 운영사가 직접 고용하는 '항만 노무인력 상용화' 시기(2015∼2015년)와 비슷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상용화로 직접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 항운노조가 북항에 Y사, 신항에 N사로 인력공급업체를 정하고 터미널운영사와 협의해 노조 임시 조합원을 일용직으로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씨 등이 터미널운영사 전 대표들에게 일용직 노무독점권을 받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건넨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최씨와 김씨가 인력공급 외에 부산항에서 다양한 항만 관리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데도 터미널운영사, 부산항운노조 간의 3자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항운노조가 일용직 공급 형태를 인력공급업체를 통하는 상용화로 바꾸면서 특정 업체를 선정한 경위와 인력공급구조의 악용 가능성, 일용직 노동자 불이익 여부 등을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
win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