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쓸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민망하거나 힘들 때 오히려 더 크게 웃고 수다 떨고 그래요. 그런 점에서 소진공주랑 성격이 비슷했고, 그래서 소진 캐릭터에 확 와닿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 종영한 SBS TV 수목극 '황후의 품격'의 철없는 소진공주는 무거운 극 분위기에 숨 쉴 틈을 주는 쉼표 같은 존재였다.
살인이나 방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주인공들 틈에서 푼수기가 넘치는 소진공주는 스스로 망가지며 코믹한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28일 오후 광화문에서 소진공주를 연기한 배우 이희진(40)을 만났다. 1997년 걸그룹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가수보다 연기자 경력이 더 긴 10년차 배우가 돼 있었다.
"소진은 솔직해요. 화를 내다가도 누군가 빤히 쳐다보면 금방 꼬리를 내리고…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친구예요. 한번은 감독님이 '소진은 생각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감정에 가장 솔직한 친구일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만큼 숨김없이 다 표현할 수 있어서 가장 편하기도 했던 캐릭터예요."
이희진은 김순옥 작가에 대해 "워낙 대사를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쓰시는 분이라 거대한 스케일과 다이렉트 화법이 만나면 어떤 드라마가 될지, 거기서 매력을 느꼈다"며 "대사는 가능한 한 그대로 옮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가님이 쓰신 느낌표, 마침표, 쉼표 하나하나 다 이유 있게 보려고 했어요. 느낌표가 위에선 1개인데 아래에선 2개라면,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쓰셨을 거잖아요. 웬만하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외워서 연기하려는 편이에요. 그래도 현장에서 재밌는 요소를 발견하면, 감독님은 그걸 살려주려고 하셨고요."
이희진은 소진공주 연기로 베이비복스 전 멤버들로부터 '왜 연기를 안 하고 네가 나오냐'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이지 언니한테 제일 먼저 연락이 왔어요. 이 드라마가 스케일도 크고 같이 나오는 배우들도 쟁쟁한데, 언니는 제가 외로워하고 혼자 노력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거든요. '마음 편하게 갖고 해라, 잘 하고 있어'라고 응원해줬어요. 또 제가 예전에 멤버들이랑 같이 있을 땐 소진공주처럼 말하고 그런 편이어서, 나중엔 '너 왜 소진이 아니라 희진이 연기하고 있니?' 같은 말도 들었고요."(웃음)
연기자로 변신한 지 이제 곧 10년이 되는 이희진은 "팔다리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 방에 빵 터지기보다 잔잔하고 길게 가고 싶어요. '이 역할은 이희진이 했으면 좋겠어' 같은 말이 나오게 이미지가 구축되길 바라기도 하고요. 잘 여물어서 깊이 있고 내공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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