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문화 수용 경계해야 vs 지역경제 활성화 계기"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재팬타운의 무효화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네티즌 간 논쟁이 뜨겁다.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나라의 문화 침투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이 맞선다.
청원자는 청원 글에서 "우리나라 영토에서 일제식 건물과 문화를 지워내기 위해 선조들의 큰 노력이 있었는데 재팬타운을 형성하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지역상권을 일궈내는데 일본식을 들여오는 게 최선인가"며 지적했다.
현재 이 글에는 6만명 이상이 무효화 주장에 동의한 상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역사와 경제는 분리해서 생각할 문제"라며 "먹거리는 물론 볼거리도 가득한 관광도시로 발돋움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흥시에 따르면 배곧동 주상복합 건물 1∼2층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 50여곳이 조만간 들어선다.
재팬타운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 민간사업자들이 진행하는 사업으로 일본 현지인이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
시흥시는 지난 26일 홈페이지에 "(재팬타운 조성을) 두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며 "시는 이와 연계한 어떤 행정적 절차도 추진하지 않았다"며 재팬타운 조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역사적 아픔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제기되는 일본 문화에 대한 비판은 어느 문화권보다 혹독한 편이다.
재팬타운 조성 논란 이전에도 서울 홍대와 종로 번화가 모습을 두고 왜색이 짙다는 지적이 있었다.
꽤 이질적인 느낌의 일본풍 건물이 즐비한 이 지역 골목에는 일본어로 된 간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야시장을 표방한 한 술집은 '이곳이 한국이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일본에서나 볼법한 건물을 통째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직장인 윤모(32)씨는 "일본 문화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입장도 일리가 있으나, 위안부 문제나 독도 영토 분쟁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 식품회사는 '얼큰 우동' 제품 이름을 '카라이 우동'이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변경했다가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의왕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 박철하 고문은 1일 "민간 교류 또는 경제 협력 등이 활발할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우리가 접하는 일본 문화가 전범 기업, 극우 단체 등과 연관됐는지는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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