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단체, 한유총 검찰 고발…맞벌이 부모 '발 동동'(종합)

입력 2019-02-28 18:07  

학부모단체, 한유총 검찰 고발…맞벌이 부모 '발 동동'(종합)
무기한 개학연기에 곳곳서 '분노'…"갑자기 문 닫으면 아동 큰 충격"
"별 대책 없이 몰아붙이기만 한 정부도 잘못"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이재영 기자 =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8일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선언하자 "유아를 볼모로 자기들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학부모단체는 한유총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오는 5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한유총을 공정거래법과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을 지낸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아이들은 다니던 유치원이 갑자기 없어져 (유치원을) 옮기게 되면 큰 충격을 받는다"면서 "학생감소로 어쩔 수 없이 문 닫는 것이 아닌 기습적인 휴·폐원은 아동학대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되는 유치원교사들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유총 개학연기 소식에 맞벌이 부모들은 "3·1절 연휴가 끝난 뒤부터 당장 아이들을 어디에 맡겨야 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만난 오모(39)씨는 "유치원단체가 개학을 연기한 것은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아이들을 볼모로 잡는 한유총의 결정이 설령 옳더라도 아무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나는 그나마 주부라서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 하루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지만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단 하루라도 개원 연기가 큰 부담"이라며 "이런 갑작스러운 집단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살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 김모(33)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종일반에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집단으로 휴업을 선언해버리면 일하는 엄마들은 어떡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부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동대문구의 한 키즈카페에서 6살 손자를 돌봐주던 신모(63)씨, 박모(67)씨 부부는 "애 엄마, 아빠가 모두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방학이나 휴일에는 우리가 이렇게 봐줄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맞벌이가 필수인데 유치원 문을 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유치원의 이기주의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6살 딸을 키우고 있는 강모(39)씨는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협상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 부부는 비교적 퇴근 시간이 일정해 사정이 조금은 나은데도 맞벌이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소식까지 전해지니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5세 아들을 둔 맞벌이 아빠 전모(35)씨는 "예정에 없던 휴가를 갑자기 내고 아이 봐줄 사람도 급하게 찾아야 해서 너무 혼란스럽다"면서 "이번 기회에 적폐를 청산해 앞으로는 더이상 학부모들이 이런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치원단체가'배수진'을 쓸 수밖에 없도록 코너로 몰아세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6살 외아들을 키우면서 직장에 다니는 김모(39)씨는 "유치원단체가 강도 높게 반발하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합의는 없다'는 식으로 에듀파인 도입을 밀어붙인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집단 휴원은) 너무나도 뻔한 사태였는데도 대책은 세우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했다"며 "유치원 못 가는 애들과 유치원 문 닫을 때 대비한 대책 세워야 하는 학부모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유총은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철회,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유치원 예산에서 시설사용료 비용처리 인정, 사립유치원 원아 무상교육과 교사 처우개선, 누리과정 폐지 등을 요구하면서 다음 주로 예정된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의 '집단 휴원'으로 전국에서 유치원 2천곳 안팎이 개학을 연기할 것으로 보여 '보육대란'이 우려된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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