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포의 'DNA 복구' 미스터리 풀렸다

입력 2019-02-28 17:06  

인간 세포의 'DNA 복구' 미스터리 풀렸다
독일 연구진, '히스톤 코드' 작동 원리 규명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세포의 다양한 DNA 복구 메커니즘 가운데 특정 메커니즘이 선택되는 기준과 과정을 독일의 환경보건 연구기관인 '헬름홀츠 첸트룸 뮌헨(Helmholtz Zentrum Muenchen)'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보고서는 과학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실렸다.
2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세포핵에서 관련 단백질을 찾아내기 위해 일종의 '분자 미끼'를 개발했다.
생명체의 유전 정보는 모두 DNA의 기초적인 염기서열 조합에 들어 있다. 하지만 모든 유전자가 일시에 활성화되지 않아 DNA 주변의 다른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연구팀이 미끼로 쓴 히스톤(histone) 단백질은 이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헬름홀츠 첸트룸 뮌헨 산하의 '기능성 후생유전학 연구소(IFE)' 부소장이자 보고서의 교신저자인 틸 바르트케 박사는 "DNA를 둘러싸고 있는 히스톤은 유전자 물질을 묶어두는 역할도 한다"면서 "히스톤의 화학적 변화에 따라 DNA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고 이런 과정을 통해 유전자 활동도 제어된다"고 설명했다.
바르트케 박사팀의 가장 중요한 연구목표는 일명 '히스톤 코드'의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히스톤의 화학적 변형들을 시험관에 재구성해, 세포핵 추출물에서 어떤 단백질이 어떤 변형을 선택해 결합하는지 관찰했다. 익히 알고 있는 히스톤 단백질로 '분자 미끼(molecular bait)'를 만들어 핵에 던져 놓고 낚시를 한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최근 새로 형성된 세포질만 선별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는 데도 이 방법을 썼다. 신생 세포질과 기존 세포질을 구분해 분화하고, DNA 복제와 복구에도 기능적으로 관여하는 단백질을 탐색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실험에서 걸려든 물고기가 연구팀을 흥분시켰다.
구조적으로 같은 '군(群)'에 속하는 효소 복합체들이 세포의 DNA 복구 메커니즘 결정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그 유명한 BRCA1 유전자와 연관된 효소 복합체들이었다. BRCA1은 'Breast Cancer 1(유방암 1)'의 줄임말인데 유방암 위험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바르트케 박사는 "BRCA1 유전자에 돌연변이 매개체가 있으면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DNA 손상을 수리하는 시스템이 고장 나, 결과적으로 더 해로운 돌연변이가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BRCA1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진 암 환자는 (이런 암에 특화된) PARP 억제제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엔 영국 옥스퍼드대의 로스 채프먼 교수팀과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아니아 그로트 교수팀의 연구결과도 부분적으로 반영됐다.
바르트케 박사는 "세 연구진의 협력에 힘입어 DNA 수리 단백질의 정확한 기능을 알게 됐고, BRCA1 복합체의 세포질 연결 부위를 참고해 암 환자 치료의 표적 구조도 확인했다"면서 "작은 분자들(히스톤 단백질)을 활용해 BRCA1 돌연변이를 가장하면, 이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들에게도 PARP 억제제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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