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 시에 녹여낼 수 있어야"

입력 2019-03-07 12:00   수정 2019-03-07 14:41

신현림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 시에 녹여낼 수 있어야"
다섯번째 시집 '사과꽃 당신이 올 때' 펴내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시가 개인의 내면과 언어에 집중하던 시대는 이제 가고 있습니다. 우리 현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시집 '사과꽃 당신이 올 때'(사과꽃)를 펴낸 시인 신현림은 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시인으로, 사진가로, 또 출판사 대표로 다양한 면모를 보인 그는 이번 시집에서 발언하는 시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시인은 그가 지구의 상징이라 생각하는 사과, 그리고 사과꽃을 통해 과거 외할아버지의 인생에서부터 분단의 아픔, 현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까지 돌아본다.
시인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과밭에서 처음 꿈꾸고 사진을 찍던 나의 간절함을 생각하며 시를 썼다"고 밝혔다.
시인은 봄날 사과꽃이 핀 사과밭의 아름다움에 반한 후 매년 사과밭을 찾아 마음의 안식을 구하면서 시를 길어 올렸다.
"역사에는 이름 있는 자들만 기록되지만, 진보는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죠. 사과꽃을 보며 희생당한 이들이 자신들의 간절함을 표현하려고 꽃으로 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꽃들을 보며 우리는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음을 가슴에 새기고 감사해야 합니다."
그는 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모습은 달리하지만 같은 무게로 우리를 옭아매는 사회 부조리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솟구치는 하늘 북소리는 / 가슴을 찢고 바다를 갈랐었지 / 무명의 독립군 외할아버지 / 독립자금 나르다 잡혀 / 고문받고 죽어갔지 / 수많은 독립군들 잡혀 / 짓이겨진 사과꽃같이 썩어갔지'('사과꽃 진혼제' 부분)
'사무실 상자, 모니터란 상자에서 / 꼬박 8시간을 일했구나 / 머리 어질, 허리 부러질, 눈이 뽑혀질 / 슬픔 하나씩 던져 볼까'('날아가는 모자' 부분)
"이 책은 독립자금을 나르다 잡혀 모진 고문을 받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외할아버지의, 엄마의, 아빠의 그리고 내 인생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얘기하고 싶었어요. 가장 사적인 것이 어찌 보면 가장 보편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겪은 현실을 통해 한국 사회를 그려내려 했습니다."
시인은 사과밭에서 찍은 사진 또한 책에 실었다. 서울 종로구 류가헌갤러리에서 시집의 2부인 '사과꽃 진혼제'를 전시로 형상화한 사진전도 진행한다.
그는 이번 시집과 함께 세계 기도시를 모은 '아일랜드 축복 기도-세계 기도시 모음집'도 선보였다.
출판사 '사과꽃' 대표이기도 한 신 시인은 한국 대표 시인들의 시를 소개하는 '한국대표 시 다시 찾기 101'도 발간하고 있다.
그는 "'신현림이 쓰는 문학사'를 완성하고 싶어 많이 공부하면서 좋은 시인들을 소개하려 한다"며 "다음으로 나혜석, 김기림, 오장환 편이 나오는데 나혜석의 경우 소설만 알려졌고 시는 잘 안 알려져 있어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과꽃. 168쪽. 9천900원.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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