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에 "고민과 인내 필요했다"…녹록지 않은 상황 토로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당초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하면서 회담을 지켜보던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이번 회담 과정에서 북미 정상이 보인 표정과 발언을 되짚어보면 합의 타결이 쉽지 않다는 징후 또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지난 27일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재회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개월 전 1차 정상회담 때보다 눈에 띄게 굳은 표정이었다.
두 정상 모두 긴장을 털어내지 못한 듯 다소 경직된 분위기에서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의 질문을 무마하려는 듯 "땡큐", "땡큐" 하고서야 함께 웃음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사방에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들도 있고, 적대적인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이라는 표현으로 북미관계가 처한 난관을 우회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견해차와 내·외부의 장애물로 협상 진전이 쉽지 않은 상황을 빗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생각해보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는 발언은 더욱 직접적이다.
대대적으로 선포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제재를 풀어야 하지만, 비핵화 조치를 쉽게 결단하기도 어려운 자신의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속도조절론'을 입에 올리며 기대치를 낮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27일 첫 번째 단독회담에 들어가면서도 "일부 사람들은 더 빨리 진행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만 나는 우리가 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28일 본회담에서도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말하며 "북한이 실험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회담에서 구체적인 접점을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 '장기전(戰)도 괜찮다'는 메시지의 배경이 됐을 수도 있다.
28일 첫 순서였던 30분간의 단독회담 이후 양 정상의 일정이 계속 지연된 것도 협상 '진통'의 방증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미 정상은 단독회담 이후 메트로폴 호텔 정원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잠시 환담을 한 뒤 실내로 들어가 환담을 이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확대회담 장면이 예정된 시작 시간보다 늦게 공개됐는데, 그 사이에 두 정상이 합의 도출을 위해 서로를 설득하는 '최후의 노력'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확대회담에는 북측이 거부감을 가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배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북측은 볼턴의 상대역을 할 배석자를 따로 배치하지 않고 빈자리로 비워둬 미국 측의 배석자가 3인, 북측 배석자가 2인인 이례적 광경이 연출됐는데 북측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북미는 예정시간을 1시간 반 이상 넘기면서 확대회담을 이어갔고, 정오께로 예정됐던 업무오찬은 결국 취소됐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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