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충복'에 반격…"의회 증언 95% 거짓말…러시아스캔들 증거 제시 못해"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전성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기간에 미 하원에서 자신의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가 열린 것에 대해 28일(현지시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일정의 핵담판이 이날 결렬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코언 청문회를 봤는지, 그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거짓 청문회가 이처럼 엄청나게 중요한 정상회담 와중에 진행됐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이틀 뒤나 다음주에 그걸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게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며 그리 했다면 시간이 더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 동안에 했다는 것은 다소 믿기지 않는다"며 거듭 청문회 개최 시기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할 수 있는 한 많이 보려고 했지만 내가 좀 바빴기 때문에 많이 볼 수는 없었다"고 말해 정상회담 일정에도 코언의 청문회에 주목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비핵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 핵담판이 결렬된 데 대해 코언의 의회 증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여러 비리 의혹으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2차 회담에서 어설픈 합의로 비난을 자초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북한 측에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동력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중요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코언 청문회가 정상회담의 판돈을 올렸다"며 이같은 상황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최대한 추진하도록 이끌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의 증언 내용과 관련, 자신에게 '인종차별주의자', '사기꾼' 등 독설을 퍼부으며 갖은 의혹 발언을 쏟아낸 코언을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코언의 주장에 대해 "그건 옳지 않다"며 "코언은 많은 거짓말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가 '날조'이자 '마녀사냥'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12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하면서 한때 그의 '해결사'이자 '충복'이었다가 등을 돌린 코언은 미국 현지시간 27일 하원 청문회에 출석,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비리 의혹에 관해 공개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참석으로 백악관을 비운 사이 진행된 코언의 의회 증언은 CNN 방송 등이 6시간 이상 생중계하는 등 미국 현지에선 북미회담보다 더 큰 이목을 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이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언이 의회 증언에서 트럼프 캠프 측이 러시아와 유착했다는 의심을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코언의 증언에) 약간 감명을 받았다"면서 "그는 전력을 다할 수 있었지만 100% 다 가지 않고 95%만 갔다. 진실은 어떤 공모도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그가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선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왜 그것만큼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포르노 배우 등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전달하고 대선 기간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트럼프타워 개발을 추진했다는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해선 일일이 반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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